이른바 '레전드 매치'는 오는 27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2017 신한금융 탁구챔피인십 및 제71회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 남녀 단식 결승에 앞서 낮 12시부터 펼쳐진다. 이벤트 경기지만 포털사이트 네이버 생중계가 예정될 정도로 관심을 모으는 매치다.
각각 삼성생명, 렛츠런파크 여자 탁구단 감독인 둘은 서울올림픽을 빛낸 주역이었다. 유 감독은 남자 단식 금메달을, 현 감독은 양영자(53)와 함께 여자 복식 금메달을 따냈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제대회에서 최강 중국을 격파하며 한국 탁구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둘이다. 유 감독은 고교생 시절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단식과 단체전 금메달,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었다.
현 감독의 경력도 화려하다. 아시안게임 우승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빛났다.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단체전 우승을 일궜고, 1993년 예테보리 대회에서는 한국 탁구 사상 유일한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한국 탁구의 부활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유 감독은 "사실 80~90년대 전성기였던 한국 탁구의 인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나섰다"고 말했다. 현 감독도 "몸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유남규-현정화라면 팬 분들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박창익 대한탁구협회 전무도 "어려운 일인데 두 감독이 흔쾌히 나섰다"고 귀띔했다.
사실 한국 탁구는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한 오상은(미래에셋대우 코치), 주세혁(삼성생명), 유승민(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 이후 올림픽 메달이 끊겼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정영식(미래에셋대우), 이상수(국군체육부대) 등이 분전했지만 노 메달에 머물렀다. 여자 대표팀은 런던에서 사상 첫 노 메달에 이어 리우에서도 고개를 떨궜다.
런던 당시 사령탑이 두 감독이었다. 각각 남녀 대표팀을 맡았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국내 대회 우승만 해도 적잖은 연봉을 받아선지 투지가 없는 것 같다"며 쓴소리를 잊지 않는다. 현 감독도 "예전에는 한국 1등이 세계 1등과 다름 없었는데 지금은 몇 수 아래"라고 진단하고 있다.
현 감독은 "신유빈은 재능이 있고 감각이 탁월하다"면서 "한국 탁구의 부활을 이끌었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준성에 대해서도 탁구 전문가들은 "아버지 오상은 코치의 재능을 받아 크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유 감독의 딸 예린(11 · 군포 화산초)도 같은 학년 최강으로 꼽힌다.
이벤트 매치지만 벌써부터 자존심 경쟁이 뜨겁다. 유 감독은 "남녀 힘의 차이가 있어 3점 정도 잡아주지만 예전 선수 시절 훈련을 할 때도 현 감독이 만만치 않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현 감독도 "팔이 아프니 오빠가 살살 해줘야 한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시간 날 때 한번 쳐보자"고 의지를 불태운다. 이번 매치는 11점 2세트로 펼쳐진다.
두 레전드의 대결과 함께 올림픽 메달리스트 은퇴식도 열린다. 2004 아테네 대회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위원과 오상은 코치, 주세혁을 비롯해 2008 베이징 대회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당예서 대한항공 코치, 박미영이 주인공이다.
협회는 "한 해를 총결산하는 대회 일정에 맞춰 탁구 팬들을 위한 이벤트 경기와 은퇴식을 준비했다"면서 "특히 은퇴식은 국위 선양과 탁구 발전에 공로가 많은 선수들을 예우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라고 밝혔다. 모처럼 땀을 흘릴 레전드들과 은퇴식을 갖는 선배들의 기운이 후배들에게 전해져 한국 탁구의 부흥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