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총회장 이만희) 신도들이 성탄 전야인 24일 오전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대규모 홍보 집회를 열어 눈총을 샀다.
대부분의 교회가 경건한 마음으로 성탄절을 준비하는 예배를 드린 것과 달리 2만여 명의 신천지 신도들은 자신들이 “인류 6천 년사에 유일한 진리의 성읍”이라고 외치면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과 집회가 허락되지 않은 광화문 광장 일대를 점거했다.
가족들과 함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은 한 시민은 “신천지는 이단 단체 아니냐”며, “저러니 이단 사이비 소리를 듣는 거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상의 이유로 광화문 광장을 열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천지 신도들은 오전 10시부터 광화문 일대에 집결했다. 비가 내린 탓에 수만 명의 신도들은 하얀색과 파란색 우의를 입고 등장했으며, 1시간 여 동안 각종 구호를 연습했다. 집회 장소 주변에는 한기총과 CBS를 비난하는 문구를 새겨 넣은 대형버스가 순환 운행했다.
신도들은 진행자의 지휘에 따라 “신천지는 승리한다”, “거짓 보도한 CBS를 폐쇄하라”는 등의 구호를 점검하면서 목청을 가다듬었다.
신천지 집회는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신천지 측은 당초 ‘아름다운 문화를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성탄 집회를 연다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신천지의 실체를 폭로해 온 CBS를 규탄하는 집회였다. 집회 모든 발언은 “CBS가 자신들에게 반사회, 반종교의 누명을 뒤집어 씌웠다”며, “CBS를 폐쇄하라”, “CBS는 지구를 떠나라”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가득했다.
쏟아지는 빗속에도 CBS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더욱 거세졌고 광란에 가까울 정도였다. 신천지 집회는 2시 쯤 돼서 마무리됐다.
신천지 신도들은 앞서 23일 오후 CBS 목동 본사 사옥 앞에 몰려와 CBS를 압박했다. 또, 대학로 일대에서 신천지 홍보하는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중년 남성의 한 신천지 신도는 “원래는 평화롭게 뭔가를 보여주는 집회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서울시에서) 집회 허가를 안 해주니까 열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며칠 전에 광화문 광장 집회가 취소되면서 지방에서 많이 오지 못해 서울 신도들 위주로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년의 신도에게 ‘이만희 총회장은 정말 죽지 않느냐’고 묻자 “죽지 않아요. 요즘 20-30만 성도들 신경 쓰느라 좀 힘들어 하시는 건 있지만, 절대 죽지 않아요”라고 확신했다.
이단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지난해 4월 전국 CBS 사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이후 또 다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것은 그 만큼 신천지의 조급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단 전문가들은 “신천지는 일차적으로 CBS의 ‘신천지 아웃’ 캠페인과 특집 다큐 ‘신천지에빠진사람들’ 때문에 자신들의 정체가 교계를 넘어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 대법원 판결로 신천지가 이만희 총회장의 사후(死後)를 대비해 억대 굿판을 벌였던 정황이 드러났고, 신천지 측이 CBS의 특집 다큐 <신천지에빠진사람들>에 대한 30가지 법적 쟁점 가운데 단 1가지 사실에 대해서만 정정 보도를 얻어내면서 내부 혼란이 가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유력 후계자였던 김남희 세계여성평화그룹 대표가 최근 신천지 내부에서 ‘배도자’로 몰리면서 김 대표를 따르던 신도들의 혼란도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이단 전문가 진용식 목사(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대표회장)는 “신천지의 이번 성탄전야 광화문 집회는 내부 단속 목적이 크다”며, “유력 후계자였던 김남희 씨가 배도자로 몰리고, 대법원 판결에서도 신천지가 완전히 패소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내부 혼란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천지는 아무리 내부 단속을 하더라도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