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대참사] 1층서 불났는데 고층에서만 불타 숨져 '미스터리'

"옥상 대피하려다" 처참하게 숨진 10대…소방관 갑론을박 벌어져

건물 저층이 주로 검게 탄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사진=장나래 기자)
충북 제천 화재 참사는 1층에서 불이 시작됐지만 정작 고층에 있던 이용객들만 불에 타 숨진 것으로 나타나 의문이 커지고 있다.

22일 충북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6층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던 A(18)양이 8층 입구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A양의 할머니는 "불길이 아래에서 올라오자 손녀는 학교에서 배웠던 대로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했다"며 "통화하는 과정에서 손녀가 윗층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렇게 처참하게 발견될 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발견 당시 A양의 시신은 목걸이가 아니었다면 A양임을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온몸이 까맣게 탄 상태였다.

현재 경찰은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분석을 의뢰했다.

(사진=충북도소방본부 제공)
그런데 이렇게 불에 타 심하게 훼손된 시신은 A양뿐이 아니었다.

7층 이상에서 발견된 사망자 5명 모두 검게 불에 타 신원 파악에 애를 먹었던 것.

심지어 6~7층 사이 계단에서 발견된 한 남성은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아직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면 2층 여탕에서 숨진 20명은 대부분 질식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윗층으로 번져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고층에 있던 피해자들만 소사체로 발견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소방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벌인 충북도소방본부의 한 소방관은 "2층에서 7층으로 갑자기 불길이 확 전달된 무언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은 1층에서 시작됐는데 신기할 만큼 7층부터 시신이 까맣게 타고 심하게 부패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방관은 "학교나 관공서 등 평평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경우 옥상으로 대피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옥상이 삼각형으로 좁아지거나 불에 잘 타는 재질로 만들어진 건물에는 오히려 위험한데 A양이 옥상으로 향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화물용 승강기가 고층까지 급속하게 화염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3,7,8층의 경우에는 화물용승강기 부근이 화장실로 가로막혀 있지 않아 곧바로 불길이 전달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층 희생자들에 대한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한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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