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당분간 한국당의 홍 대표 체제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앞서 친박 청산과 당무감사 등을 실시하면서 장악력을 높여온 홍 대표는 당권을 더욱 강화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당에서는 사실상 홍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가동 중이다.
홍 대표는 이날 대법원 판결 이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2년 8개월 동안 어처구니 없는 사건에 휘말려서 폐목강심(閉目降心·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힘)의 세월을 보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자신이 '성완종 리스트' 건으로 기소된 사실을 '누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언급했다. 홍 대표가 지칭하는 '증거 조작 검사'가 문무일 검찰총장이냐는 질문에는 "문 검찰총장이 조작에 가담했다고는 믿지 않는다"며 "조작한 (다른) 검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무죄 판결로 인해 날개를 달게 된 홍 대표는 향후 당 조직 개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조강특위를 통해 조직 혁신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정책 혁신을 통해 한국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홍 대표는 이를 위한 제 2 혁신위원회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당무감사와 새롭게 가동될 조강특위로 인해 당내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홍 대표는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의 사당화를 비판하며 회의장을 뛰쳐나간 김태흠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뛰쳐나가는 게 한 두번이 아니다"며 "앞으로 그런 반발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홍 대표는 문재인 정권과 여당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개헌에 대해서도 "절대 불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개헌문제는 대한민국 전체 구조를 바꾸는 대통령 선거보다도 더 중요한 중차대한 문제다. 지방선거 후에 연말까지 개헌이 되도록 하겠다. (지방선거와 같이하는) 곁다리 국민투표 절대 불가하다"고 말했디.
홍 대표와 함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해서는 "이 전 총리가 명예회복을 원하면 당에서 돕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홍 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별다른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당대표실에 머물렀다. 점심 약속도 따로 없이 대표실 안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판결 결과를 기다렸다. 무죄 확정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대표실 근처에서는 박수 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