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안 대표가 대표직을 내걸면서 시작을 한 이상, 지방선거 전에 어떤 식으로든 세력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여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 안철수, 유승민 만난 뒤 21일 기습적으로 '전당원투표' 카드 꺼내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연일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8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 통합 절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와 사전 교감을 한 안 대표는 19일 대전충남에서 마지막 전국순회 당원 간담회를 마친 뒤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습적으로 자신의 패를 꺼냈다. 당 대표직을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반을 묻는 전당원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안 대표는 전당원투표에서 찬성 의견이 나오면 지체없이 통합 절차에 돌입하고, 반대 의견이 나오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승부수를 띄웠다. 전당원투표를 위한 방식이나 시기도 미리 정해놨다. 27일~30일 온라인 투표와 ARS 투표를 실시한 뒤 31일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민의당 지형상 전당원투표를 실시하면 찬성이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호남 지역위원장들과 당원들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지만 수도권, 영남에서는 통합 찬성파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역 의원들은 반대파들이 견고하게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 안 대표는 '의원 패싱'을 하는 대신 전당원투표를 통해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파 의원들은 전당원투표가 안철수 사당화의 증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안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의원총회는 말 그대로 안철수 성토장이 됐다. "전쟁선포", "유신시대 공작정치"라는 험악한 말도 나왔다.
◇ '패싱'당한 호남 의원들 반발 거세, 통합 절차도 산넘어 산
안 대표와 반대파 의원들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통합 추진 과정에서도 진통이 거세질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는 답이 정해져 있는 스타일이다. 처음엔 속마음을 감추면서도 결국 정해놓은 길로 가니 의원들이 더 답답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당헌에 따르면 당의 합당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를 반드시 치러야한다. 전당원투표로 명분을 쌓은 뒤에도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장석 점거 등 저지 공작은 물론 전당원투표 중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인 절차도 논의되고 있다. 이에 안 대표 측에서는 당헌을 개정해 전당대회를 간이로 치르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 신중모드 유승민, 지방선거 구도 바뀔까 정치권 촉각
궁극적으로 양 진영이 추구하는 이념적 지향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안 대표 측은 '실용주의',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반면, 유 대표 등은 '중도보수통합'을 내세워 보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방선거를 기화로 두 세력이 통합한다고 해도 유기적인 화합을 통해 선거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바른정당 일부가 추가로 탈당해 한국당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반쪽짜리 통합에 그칠 수도 있다.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지만 안 대표가 굳은 각오로 정개개편에 뛰어든 만큼 어떻게든 지방선거 전에 정당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중재파 의원들이 막판에 어떤 선택을 할지, 21일 귀국하는 손학규 상임고문이 중대 역할을 할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중도 통합은 지방선거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도 긴장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통합이 실제로 될지, 국민의당이 쪼개질지에 대해 다들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