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심사를 위해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야당 의원들이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아랍에미리트) 방문' 의혹과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訪中) 외교' 관련 질의를 이어가면서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현안 질의는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집중됐다.
한국당 정갑윤 의원은 "임 실장 특사 파견은 소위 이 정부 들어서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전전(前前) 대통령의 뒷조사를 하다 보니까 그 내용 중 일부가 UAE 왕세제의 귀에 들어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결과적으로 UAE와의 외교 단절 위기를 초래해 임 실장이 이를 수습하러 갔다는 주장이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도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해 처음에는 군부대 격려 차원에서 갔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양국 파트너십 강화 차원에서 갔다고 발표했다"며 청와대의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질의가 이어지자 강 장관은 "청와대가 한 설명에 대해 제가 더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 "외교부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임 실장과 UAE 왕세제의 면담 결과 내용을 전문으로 보고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면서도 "다 못 읽어봤다"고 말했다. 그러자 야당에선 "왜 안 읽어보느냐", "아무 것도 모르면 외교부 장관을 뭐하러 하느냐"는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법사위원장인 한국당 권성동 의원도 "제일 나쁜 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 말을 해야지, 외교적 현안이 없는데 왜 비서실장이 날아가느냐"고 거들었다. 권 의원은 문 대통령의 방중 외교와 관련해서도 "이번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에 커다란 생채기를 낸 사건"이라며 "아무 것도 얻은 게 없다"고 혹평했다.
야당 의원들은 강 장관 뿐 아니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도 'UAE 방문 의혹'을 추궁했다. 임 실장의 방문 목적에 대해 송 장관은 "제가 듣기로는 군 부대 위문과 격려 차 가는 것으로 알았다"며 "임 실장은 대통령을 대신해서 갔다온 것이고, 저는 (한 달 전) 장관으로서 갔다온 것이니 격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의 현안 질의가 이어지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회의가 공전하자 여당 의원들은 회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권 의원을 향해 "제가 보기에는 금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며 "조리돌림하는 것이냐, 검사가 심문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 역시 "(야당이) 처음에는 '임 실장이 북한 특사를 만나러 UAE에 간다'고 했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로 갔다고 한다"며 "전부 다 짐작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는 상임위원회에서 합의돼 법사위로 넘어온 법안 100여 개 법안 가운데 35개만 심의해 일부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