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19일 4년 계약금 65억 원, 연봉 50억 원 등 총액 115억 원에 김현수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역대 외야수 최고액이자 KBO 리그 전체 총액 규모 2위 계약이다. 올해 롯데로 복귀한 이대호의 4년 150억 원 다음이다.
지난 시즌 뒤에도 LG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삼성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차우찬과 4년 총액 95억 원에 모셔온 것. 윤석민(KIA)의 4년 90억 원을 넘은 역대 투수 최고액이었다.
차우찬에 이은 김현수의 가세로 LG는 1994년 이후 첫 한국시리즈(KS) 우승을 기대할 조건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이전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리그 정상급 좌완 장원준을 4년 84억 원에 영입한 두산은 2015년과 2016년 연속 KS 우승을 일궈냈다. 리그 최고 타자 최형우를 4년 100억 원에 데려온 KIA도 올해 8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LG도 두산, KIA처럼 '대형 FA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일단 차우찬을 데려온 올해는 실패했다. 차우찬은 나름 제몫을 했다. 28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ERA) 3.43으로 전체 4위에 올랐다. 그러나 리그 득점 9위의 빈약한 타선에 승운이 따르지 않아 10승(7패)에 머물렀고, LG도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됐다.
하지만 LG가 '김현수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바로 남은 외인 2명의 퍼즐을 맞춰야 하는 난제다. 여기에 국내 선수들의 분발도 요구된다. 아무리 차우찬에 김현수가 왔다고 해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LG의 우승 꿈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두산과 KIA 역시 특급 FA를 영입했지만 이는 화룡점정의 마지막 단계였다. 두 팀 모두 리그 정상급 외인 진용을 갖추고 있었다. 국내 선수의 면면도 우승팀에 부족하지 않았다.
두산은 비록 올해를 끝으로 결별을 선언했지만 더스틴 니퍼트라는 당시 최고의 에이스가 있었고, 지난해는 탈삼진왕(160개)에 18승을 올린 마이클 보우덴과 24홈런 81타점을 올려준 닉 에반스라는 수준급 타자가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 최고의 외야진이라 할 만한 김재환, 박건우, 민병헌에 김재호, 오재원, 허경민 등 국가대표 내야수도 포진했다. 그랬기에 장원준의 가세가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씀씀이에 지극히 효율적인 두산이 거액을 들여 장원준을 영입한 것도 다른 조건들이 갖춰졌기 때문이었다.
국내 진용도 호화로웠다. KIA는 정규리그와 KS MVP, 투수 골든글러버 양현종이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줬다. 신데렐라 임기영과 이적생 복덩이 듀오 김민식, 이명기까지 우승 전력을 완성했다. 최형우도 26홈런 120타점으로 골든글러버의 활약을 펼쳤지만 이들 동료가 없었다면 외로웠던 지난해 삼성 시절과 같았을 터였다.
LG도 김현수-차우찬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외인 조합이 마무리돼야 한다. LG는 아직까지 헨리 소사 1명과만 계약했다. 투수와 타자 1명씩 자리가 남아 있다. 소사는 최근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지만 41승으로 간신히 이뤘다. 전성기 니퍼트나 헥터에 비할 바는 아니다.
리그 정상급 선발 자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데이비드 허프를 놓친 LG다. 시장에는 니퍼트와 NC의 에이스였던 에릭 해커도 나와 있다. 그러나 쇠락기에 접어든 투수들이라 선택이 쉽지 않다. 다만 가장 넓은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라 부활 가능성은 있다.
차우찬, 김현수를 차치하고 LG 국내 선수들은 지난해 두산, 올해 KIA만큼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수년 동안 리빌딩을 통해 수확은 있었지만 리그 정상을 다투기에는 살짝 손색이 있다. 채은성, 양석환, 이형종 등 미완의 대기들이 분발을 해줘야 한다.
2년 동안 210억 원을 들여 차우찬, 김현수라는 대어를 건져올린 LG. 이 일급 횟감과 어울리는 다른 해산물과 반찬 등 우승 밥상을 위한 조건이 아직 남아 있다.
과연 LG가 남은 남은 스토브리그와 내년 스프링캠프를 어떻게 보낼까. 두산-KIA 못지 않은 FA 차우찬-김현수 효과와 우승의 기쁨을 누리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