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종현과 톱스타 부부…'다사다난' 연예계

[문화연예 연말정산 ③] 2017년 연예계 5대 뉴스

촛불 정국으로 시작해 대통령 탄핵을 거쳤던 역사적인 2017년. 문화·연예계에서도 굵직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CBS노컷뉴스가 연말을 맞아 올 한 해 문화·연예계에서 일어난 사건을 한번 짚어 봤습니다. 이름하여 '문화연예 연말정산'입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방탄소년단·워너원 신드롬부터 탑 대마초 파문까지
② '군함도' 논란부터 페미니즘까지…영화계 이슈 돌아보기
③ 김주혁·종현과 톱스타 부부…'다사다난' 연예계
(계속)

한 해를 마무리해 가는 12월 18일, 연예계로부터 비보가 들려왔다. 인기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본명 김종현)의 사망 소식이었다. 향년 27세. 앞서 지난 10월 30일 배우 김주혁(향년 45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에서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애도 물결에 휩싸였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 연예계에서는 사회 변화를 열망하는 '촛불'의 요구에 발맞춰, 지난 보수정권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연예인들의 제자리 찾기도 힘을 얻었다. 여기에는 그간 정치·사회 이슈에 침묵하지 않으려 애썼던 연예인들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대중의 눈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축복 속에서 부부로 발전한 스타 커플들의 면면도 큰 이슈가 됐다.

◇ 1. 커다란 위로를 주던 별들이 지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샤이니 종현이 세상을 등졌다. 종현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레지던스호텔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건국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날 오후 6시 45분쯤 숨을 거뒀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21일 발인을 앞두고 지인과 팬 등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종현은 뛰어난 보컬이자 창작자로 평가받아 왔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세상에 진정 어린 목소리를 냈던 한 시민이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죽음 앞에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팬들은 그를 추억하며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앞서 지난 10월 30일 오후, 배우 김주혁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앞차와의 추돌사고 직후 이어진 전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부검 결과 사인은 심각한 머리 손상으로 발표됐지만, 사고 과정에서 고인이 갑자기 차량의 속력을 높여 질주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으면서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20여 년을 부지런하고 성실한 배우로 살아 온 그는 올해 다양한 영화, 드라마로 활동에 박차를 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었기에 비보를 접한 우리네 안타까움은 더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청담동 성당에서는 김주혁의 49재 추모미사가 열렸다. 이날 미사는 고인의 가족과 친지, 배우들과 팬들까지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건하게 치러졌다. 김주혁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영원히 김주혁 배우를 기억하고 사랑할 것"이라고 전했다.

◇ 2. 톱스타 부부의 탄생은 진행형

(사진=블러썸 엔터테인먼트 & UAA 제공)
올 한 해에도 스타 부부의 탄생이 이어졌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 31일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은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가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 1월 배우 겸 가수 비와 배우 김태희, 4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과 김소영, 9월 배우 이동건·조윤희도 혼인 서약을 했다. 지난 18일 가수 태양과 배우 민효린은 내년 2월 결혼을 발표해 스타 부부 대열 합류를 예고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스타 연예인들 사이의 결혼은 더이상 특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결혼하면 인기가 떨어진다'는 과거 인식과는 사뭇 달라진 연예계 풍속도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이 신장 됨에 따라 연예인들 역시 보편적인 삶을 누려야 한다는 풍조가 자리잡은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누구에게나 사생활을 누릴 자유가 있다'는 인식이 정착됨에 따라 연예인들 역시 결혼 발표 등을 꺼리지 않게 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니는 매체들이 워낙 많아졌고, SNS 등이 활성화 되면서 누리꾼들의 눈을 피하기도 어려워진 환경으로 인해 연예인 당사자들이 깨끗하게 공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스타 부부의 탄생은 또 다른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는 측면에서 더이상 꺼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른바 한류스타라는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니게 된 스타들이 '1인 기업'으로 성장한 데 따른 입지 상승의 결과라는 말이다.

실제로 송중기-송혜교, 이동건-조윤희 등 올해 결혼한 스타들이 따로, 또 같이 출연하는 광고를 TV 등 매체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중문화평론가 황진미는 "한류의 성장에 따른 스타 시스템의 완벽한 구축은 결국 톱스타를 정점에 두고 움직이는 거대 규모의 산업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그 연장선상에서 스타와 스타가 결혼하는 '그들만의 리그' 역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 3. 블랙리스트로 비뚤어진 연예계 바로잡기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정문앞에서 블랙리스트 국가배상 청구인단 배우 문성근(오른쪽)과 개그우먼 김미화가 MB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배상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블랙리스트는) 완전 개인 사찰이었다. 행동 하나하나에, 완전 목숨 줄과 밥줄을 끊어놓는 (일이었다)."

지난 9월 19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방송인 김미화가 기자들에게 전한 말이다. 그는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지목돼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같은 날 배우 김여진도 블랙리스트 피해자로서 비공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앞서 9월 18일, 마찬가지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 문성근도 피해 사실 진술을 위해 검찰에 나와, 기자들에게 "세계만방에 국격을 있는 대로 추락시킨 것에 대해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김미화는 지난 2010년 자신의 SNS에, KBS 내부에서 자신에 대한 출연금지 내용이 담긴 '블랙리스트'가 돌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8년 동안 진행해 온 MBC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돌연 하차해 외압 논란이 일었다.

배우 김여진과 문성근의 경우, 지난 2011년 인터넷상에 두 사람의 사진을 합성한 가짜 누드 사진이 유포됐는데, 그 배후로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이 지목됐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은 김미화·김여진·문성근을 포함해 배우 명계남·김민선 등 8명, 방송인 김구라·김제동 등 8명, 가수 윤도현·신해철·김장훈 등 8명이다.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의 퇴출 등을 지시하면서 소위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조직해 청와대 지시에 따라 82명의 문화·연예계 인사를 선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부터 2년간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에 대한 방송출연 중단, 소속사 세무조사 추진, 비판 여론 조성 등의 퇴출 압박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현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관리한 곳을 국정원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등에서 정권에 비판적이던 방송인들을 퇴출시키는 등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했다는 것이다.

◇ 4. '여혐' 논란에 대한 극과 극 대처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주기인 지난 5월 17일 저녁 서울 신논현역 인근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강남역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남성 연예인들의 여성혐오(여혐) 논란은 2017년에도 끊이지 않았다. 대중에게 영향력 높은 이들이 연예인인 만큼 상대적 강자 입장에서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다 신중한 언행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의 경우 최근 자신과 슈퍼주니어 신동·은혁, 마마무 솔라가 함께 부른 SM스테이션 음원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가사 가운데 "비호감 호감 여혐 남혐 사이를 왔다 갔다 간단히 말하자면 주옥 같은 트집으로 지들만 불편한 벌레 여시들의 안주인의 몸"이라는 표현과 관련해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해당 가사에 대해 여혐 논란이 제기되자, 가장 논란이 됐던 '주옥 같은 트집으로 지들만 불편한 벌레 여시' 부분을 제외한 채 해명에 나서 논란을 키웠다. '여시'는 대규모 여초 카페 '여성시대'의 줄임말로 통용되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빠졌다는 것이다.

김희철의 SNS 해명 가운데 "세상의 모든 '정상적인 여성, 남성'을 사랑하는 김희철"이라는 그의 발언은 자신에 대해 비판과 지적을 제기하는 부류를 '비정상적인 여성, 남성'으로 지목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누리꾼들은 김희철의 대응이 앞서 벌어진, 배우 유아인과 누리꾼들이 벌인 페미니즘 설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을 지목한다. 트위터 사용자 '@B*****'는 "이것이 구조로서의 여성혐오, 여성을 설국열차 뒤칸에 태우고 배제할 수 있는 힘으로서의 여성혐오다. 이것이 김태훈, 정중식, 유아인, 그리고 김희철까지 판본만 바뀌며 반복되는 중이다. 그것도 점점 더 당당한 표정으로"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대응과 대척점에 있는 연예인들의 사례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비판적인 의견에 귀기울임으로써, 논란을 성찰과 성장의 계기로 승화시킨 것이다.

배우 설경구는 지난 8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 함께 출연한 설현에 대해 "백치미가 있는 것 같다. 여배우가 백치미가 있는 것은 좋은 것이다. 앞으로도 백치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그러나 하루 만에 사과문을 통해 "설현 씨에 대한 제 표현이 적절하지 못한, 잘못된 표현이었던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말하고 표현하는데 항상 신중하도록 하겠다"고 성찰의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배우 김윤석 역시 지난해 12월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관련 포털사이트 라이브 방송에서 "여배우들의 무릎 담요를 내려 주겠다"고 발언해 여배우에 대한 성적 대상화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후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내 경솔함과 미련함을 거치면서 상당히 불편한 자리를 초래했다. 분노와 불편함을 느꼈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깊이 반성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7월 '여성 혐오 가사 논란'에 대해 "2015년 말부터 방탄소년단 가사 내 여성혐오 논란이 있음을 인지하고, 가사를 다시 검토한 결과 내용 중 일부가 창작 의도와는 관계없이 여성 비하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며 "또한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나 가치를 남성적인 관점에서 정의내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전해 팬층을 보다 두텁게 만들었다.

◇ 5. '시대정신' 된 적폐청산, 드라마로 실현

(사진=tvN 제공)
촛불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연 한국 사회에서, 시대의 모순을 꼬집는 사회파 드라마의 급성장은 특별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TV 드라마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환경에서 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9월 종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은 현실과 공명하는 사회파 드라마의 대표격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 국민의 신뢰를 잃어 온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오롯이 드러내면서, 언론의 눈과 발이 향해야 할 곳은 '위'가 아니라 '아래'라는 것을 웅변한 까닭이다.

지난달 말 막을 내린 KBS 2TV 법정 드라마 '마녀의 법정'은 사회적 논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성평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각광 받았다. 성범죄 사건을 소재로 끌어들여, 주인공이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밀도있게 그려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 것이다. 이 대리만족은 현실을 사는 우리네 인식의 변화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4월 선보인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의 경우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해 '헬조선'을 사는 사회 초년생들의 설움과 울분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마니아층의 지지를 얻었다. 잘못을 저지른 손님 앞에서도 무조건 고개를 숙여야 하는 알바들의 현실, 쉼 없이 일하고 취업준비에 매달리는데도 '스펙이 없다'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자들을 공공연히 무안주는 회사, 정규직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을 유쾌한 코드로 풀어낸 덕이다.

앞서 지난 3월 종영한 KBS 2TV '김과장' 역시 사회적 메시지와 시청자들의 호응을 동시에 얻은 작품으로 회자된다. 이문에 밝은, 정의감과는 다소 거리가 먼 주인공이 회계 부정, 노조 탄압 등 사회악 앞에서 부조리를 절감하고 현실을 바꾸려 애쓰는 모습은 남다른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 씨의 "민주주의 검찰이 아니다"와 이에 대한 청소노동자의 "염병하네!"라는 발언을 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식의 패러디 등이 눈길을 끌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