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진화법과 여소야대 국면으로 문재인 정부의 개혁 과제들이 번번히 법사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도 상당해 당·정·청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올해 국정과제 법안 122건 중 국회 통과 11건
20일 법제처로부터 받은 자료와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2017년에 본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던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법안은 모두 122건이다. 단, 문재인 정부 집권 이전에 발의된 법안 등은 법제처 국정과제 법안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중 현재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국세기본법(국세청 내 납세자보호위원회 신설 등),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 축소 등) 등 단 11건으로 목표 대비 약 9%에 그쳤다.
나머지 국정과제 법안 중 63건은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본회의 통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필요성이 대두된 생활화학제품·살생물제 관련법이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독립유공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 등 굵직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관련 법안들이 언제 본회의를 통과할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국정과제 법안 처리가 미흡한 이유는 여소야대 국면과 국회 선진화법의 맹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여당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법안 알박기' 식 반대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임시국회 회기 안에 국정과제 법안들을 최대한 처리하고, 미진한 부분은 내년에 최대한 빨리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 '미발의 과제' 49건…민주당은 "조속한 법안 먼저"
하지만 국회선진화법과 여소야대 국면을 감안하더라도 당.정.청이 제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올해 처리하기로 한 국정과제 법안 122건 중 49건은 아직 발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때문이라는 변명이 통하려면 최소한 법안이 발의돼 최소한 상임위나 법사위에 계류돼야 있어야 한다.
발의되지 않은 법안은 권력기관 개혁이나 재난대책, 친환경미래에너지 발굴·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이와 대해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법제처 자료와 별도로 당에서 조속히 추진해야 할 법안을 55건 정도로 추렸고, 관련 법안들은 모두 발의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일부 발의되지 않은 법안들은 현재 발의된 법안의 후속 법안들"이라며 "순차적으로 발의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