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첫 여성총경 김영옥 "경찰은 정치 아닌 국민 향해야"

[사건&사람]③경찰 생활 30년, 제주 첫 여성 총경 발탁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사고가 쏟아진다. 현장엔 사건에 얽힌 자와 진실을 찾는 사람, 언론이 뒤섞인다. 제주CBS 노컷뉴스는 [사건&사람]을 통해 제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사고와 이슈를 심층 취재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 첫 여성 총경으로 발탁된 김영옥 제주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장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현장 경찰이 우대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분들이 주민과 가장 접점에 있다. 제주지역 150여명의 후배 여경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이들의 여건 개선에 앞장서겠다"

경찰 경력 30년. 제주 최초 여성 총경으로 발탁된 김영옥(53) 제주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장은 여경과 지역 경찰 업무 여건 개선을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 계장은 지난 18일 제주 첫 여성 총경으로 발탁됐다. 생활안전 업무만 16년. 그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알기에 그녀는 인터뷰 내내 지역 경찰의 노고와 헌신을 강조했다.


30년 간 근무하며 조직 내 여경에 대해 늘 고민해온 제주 최초 여성 총경 김영옥을 지난 19일 제주지방경찰청에서 만났다.

◇ 제주 출신 여경 김영옥

김 계장은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이다. 6.25참전 용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4남5녀 중 일곱 번째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에는 육상과 배구 등 운동을 잘해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를 줄곧 받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운동선수 하려면 잘 먹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며 선수 생활을 반대했다.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대학에 진학한 김씨는 당시 전국에서 10명 뽑는 여군 장교 시험에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그 이후 경찰을 준비했다.

김씨는 제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낮에는 태권도 사범으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저녁에 공부를 하며 경찰의 꿈을 이뤘다. 1988년 1월16일 경찰에 입문. 벌써 30년 전 일이다.

◇ 조직에서 버틴 30년 여경

서귀포경찰서에 발령 받았을때 여경은 김영옥 계장 1명뿐이었다. 업무 환경은 철저히 남성·계급 중심이었다.

김 계장은 "당시 여경이라고 하면 홍일점이라고 했다. 근무도 한가한 부서 위주였다. 크게 주요한 임무를 맡기지 않았다. 그때 여경이 아닌 경찰로 인정받겠다고 다짐했다"며 초임 시절을 회상했다.

김 계장은 당시 남성도 힘들어하는 조사계 직원을 자처했다. 이후 공항경찰대를 비롯해 여성·청소년부서와 외사계, 지구대·파출소를 담당하는 생활안전계 등에서 근무했다.

제주도 최초 여경 파출소장과 지구대장, 공항경찰대장을 역임했고, 지난 2014년 전국 최초로 계량화된 다문화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해 근정포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수상 뒤에는 가족의 희생이 뒤따라야 했다.

"1995년도에 경사를 달고 결혼했다. 오전 출근 때문에 아이를 시부모 댁에 맡기고 회사로 출근했다. 일 끝나서 7시가 넘어서 아이를 데려왔다. 애들 떼어놓는 게 참 힘들었다. 가지 말라고 울 때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당시에는 출산 휴가도 한 달밖에 쓰지 못했다. 학생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학교에서 무얼 배웠는지 묻지 못했다. 정말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던 게 가장 미안하다."

김 계장은 가족들의 이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경 처우 개선을 외치는 그녀의 말이 진정성 있게 들리는 이유다.

그녀는 "여경들이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육아 등 가사에 치이면서 편한 부서를 자처하게 되는 거다. 조직이 배려하고, 여경 자신도 목표를 저버리지 않고 일과 가사를 양립한다면 조직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이 부분에 내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경찰은 정치가 아닌 국민을 향해야"

30년 경찰 생활 절반을 생활안전계 업무를 담당한 김 계장은 '지역 경찰 처우 개선'을 강조했다.

김 계장은 "지구대, 파출소 직원들은 주민과 접점에 있는 분들이다. 이들을 우대해주고, 일선 근무자를 잘 보듬어야만 주민 만족도가 올라가고, 경찰에 대한 이미지도 변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지역 경찰을 방문한 김영옥 제주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장. 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제공)
경찰 조직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는 '국민'을 강조했다.

김 계장은 "경찰은 정치가 아닌 국민을 향해야 한다. 애국심보다는 봉사정신이 중요하다. 경찰은 과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정치에 휘청인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가 국민들을 향한다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민 안전과 인권은 자연스레 뒤따라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정년까지 6년 남았다. 이번에 총경 승진은 나 혼자서 된 게 아니다.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받은 것 이상으로 갚겠다. 도민, 그리고 우리 지역경찰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돌려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영옥 계장은 제주 최초 여경 파출소장과 지구대장을 역임했다. 전국 최초로 원스톱 민원실을 개설하고 사건처리 확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국 유일 지방청 소속 광역기동순찰대를 운영하고 있고, 치안수요 밀집지역 파출소 2개소(아라, 외도)를 신설했다. 올레길 종합안전 대책 등을 추진했고 기업과의 방범 활동을 정착화해 참여 치안을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 근정포상을 비롯해 장관(3)·경찰청장(5)·지방청장(5)·도지사(3) 표창을 받았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