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3연임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국회의원 재보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정치자금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22일 내려진다는 소식도 이날 전해졌다. 두 사람이 여야로 나뉘어 있기는 하지만 비중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안 지사의 불출마와 홍 대표의 상고심 판결 예고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 安 불출마 배수진에도 가능성 열려 있어 … 박원순·이재명 등과 엇갈린 행보
안 지사는 이날 회견에서 "새로운 도전자들에게 기회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충남지사 3연임 가능성의 다리를 끊어 버렸다. 그러면서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해서 후임자에게 (도정을) 인수인계하는데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도정 임기 마지막일을 내년 6월 30일로 제시함으로써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 출마 가능성도 스스로 봉쇄했다.
안 대표가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것은 지방정부 책임자로서 임기 동안 성실히 노력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3개월 전인 3월 13일까지 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도 접기로 한 것이다.
안 지사가 재보선 출마 가능성도 접으면서 내년 8월에 열리는 전당대회에 당권에 도전하거나 차기 대선에 직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까지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고, 대선도 멀어 그 사이 안 지사의 선택지는 다양하다. 자신의 강박에 의해 설정되다시피 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출마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당의 요구가 있을 경우 번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지사의 불출마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시장 등 민주당 경선 당시 경쟁자들의 행보와는 엇갈린다.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지사와 함께 끝까지 경선에 참여했던 이재명 시장은 우리나라 최대 인구의 광역단체인 경기지사에 도전한다. 박원순 시장은 3연임 도전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 시장과 함께 경선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했던 김부겸 의원은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홍 대표 무죄 선고 되면 '날개' … 유죄 또는 유죄 취지 파기환송되면?
자유한국당은 당무감사 결과로 어수선한 가운데 전해진 홍 대표의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사건 판결 예고 소식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1심과 2심이 유·무죄로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 판결이 가져올 파장을 미리 그려보는 데도 여념이 없었다.
무죄가 나면 그간 홍 표를 짖눌러왔던 굴레는 완전히 벗겨지게 된다. 홍 대표는 그야말로 날개를 달게 된다.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는 보수진영의 대선주자로 일찌감치 이름을 올려놓고,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학실히 하는 등 야권대선 주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대표가 선을 그엇던 서울 송파을 재보선 출마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다. 홍 대표가 염두에 뒀던 대구 지역은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죄 확정 판결이나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이 날 경우 한국당은 물론 보수진영 전체가 엄청난 후폭풍과 대혼란의 소용돌이로 빨려들게 된다. 홍 대표의 정치 생명 유지가 어렵게 되고 친박부활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질 수 있다. 당장 홍 대표가 드라이브를 건 당무감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서 홍 대표가 어떤 판결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자신의 예측이 틀렸을 경우 뒷감당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어느 누구도 유.무죄에 대한 예상은 회피하고 있다.
한편 홍 대표는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믿는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무죄를 확신하냐는 질문에는 "내가 유죄 판결을 받는 게 언론에서 바라는 거냐"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