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자사의 주력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내·외부 보고서를 직접 인용하며 스스로 달초(撻楚)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페이스북은 15일(현지시간) 페이스북 블로그에 '어려운 질문들: 소셜미디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우리에게 나쁜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자신을 꾸짖었다.
주요 기술정보 매체 등 외신과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의 게시물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해도 부족한데 그동안 사용자들과 전문가들의 우려를 공식 블로그에 옮겼기 때문이다.
데이빗 진스버그(David Ginsberg)와 모이라 버크(Moira Burke) 페이스북 연구원이 작성한 이 글에서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수동적으로 읽으며 정보를 소비하면서도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소셜 미디어가 나쁜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며 "한 실험에서 미시간 대학 학생들을 무작위로 10분 동안 페이스북을 읽게 한 학생들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거나 친구들과 대화하는 학생보다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 기분이 더 나빠졌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일반인보다 4배 더 많은 인터넷 링크를 클릭하거나 2배 이상 더 많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이용자는 정신건강이 상대적으로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는 UC 샌디에이고와 예일 대학의 연구결과도 곁들였다.
유익한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페이스북은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상호 작용하며 특히 친한 친구와 메시지, 게시물 및 의견을 공유하고 과거의 소통 활동에 대해 회상하는 것은 건강을 개선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며 "친척이나 학교 친구, 동료와 연결하는 이 기능 덕분에 우리는 페이스북 초기부터 많은 사람들을 끌어 들였고 이러한 친구 및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락을 하면서 기쁨을 얻고 커뮤니티 감각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더 많은 메시지, 의견 및 타임 라인 게시물을 보내거나 받은 사람들은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우울증과 외로움을 개선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긍정적인 결과는 사람들이 친한 친구와 온라인으로 이야기 할 때 더욱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특히 "종단 연구 및 실험 결과에 따르면 건강과 페이스북은 적극적 참여 활동으로 발생하는 긍정적인 이점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이 이처럼 이례적인 게시물을 올린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비판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이 부정적인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아성찰'을 내세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게시물은 결과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과 긍정적인 영향의 양면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연구결과를 인용해 "당신이 어떻게 기술을 사용하는 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창업 13년 만에 월간이용자수(MAU) 20억 명을 돌파한 페이스북의 분기 광고 매출 규모는 10조원을 웃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가짜뉴스, 폭력과 자살 방조 동영상, 인종차별 등 혐오 콘텐츠 등이 범람하며 비판과 압박을 받아온 페이스북이 최근 이를 퇴출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며 "커뮤니티를 확대하고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 부분도 이를 뒷받침 한다.
페이스북은 최근 키즈용 메신저 앱을 출시하고, 미디어 기술과 청소년 개발 및 건강의 관계를 연구하는데 1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의 이러한 변화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들어 가짜뉴스와 혐오 콘텐츠 퇴출을 천명하는 등 각계각층의 비판을 적극 수용하기 시작했다.
차마스 파리하피티야 전 페이스북 부사장은 지난달 10일 미국 스탠퍼드경영대학원 강연회에서 "소셜 미디어가 토론 등 사회의 순기능을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지난해 미국 선거에서 러시아가 악용한 것처럼(미 대선개입) 페이스북이 초래하는 사회적 분열에 대해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여러분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러분의 행동은 프로그램화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문제로, (페이스북이)사람들이 행동하고, 서로 교류하는 핵심 기반을 훼손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 자녀들도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보다 앞서 비슷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달 1일 유대교 속죄일(Yom Kippur)에 맞춰 "내가 한 일이 사람들을 함께 하도록 만들기 보다는 분열의 길로 이끌었던 점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무신론자였던 저커버그는 2016년 첫 딸 맥스가 태어난 뒤 "한때 세상 일을 의문시하는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종교가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유대교를 다시 받아들인 바 있다.
당시 저커버그는 사과 메시지에 담긴 '분열'의 구체적인 의미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결혼생활 이후 가족을 가진 그가 기술만능주의에서 현재 사회와 미래 세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눈을 떴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정보기술 매체 리코드는 "페이스북은 현재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양심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연결되어 있기에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페이스북 스스로가 어느 지점에 서있는지 파악하려 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이 막중한 책임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