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박근혜 재판거부 정말 건강상 이유 때문일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박근혜 피고인' 또는 '503'이라고도 부르는데 재판과 관련된 뉴스에서는 '박근혜 피고인' 또는 '박 피고인'으로 부르겠다.

박근혜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추가로 발부된 뒤 두 달이 더 지났다. 그렇지만 박 피고인은 10월 16일 공판에서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구치소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박 피고인은 재판 불출석 이유를 건강상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건강상태는 구속될 당시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피고인 재판거부, 정말 건강상 이유 때문일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박근혜 피고인이 재판에 불출석 하는 이유가 건강 때문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박 피고인은 지난달 27일과 28일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당시 구치소 측은 "박 전 대통령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무릎 부종으로 진통제 처방을 받았다"며 "본인이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고,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강제 인치는 곤란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건강상 이유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담당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김세윤 재판장은 "오늘 아침에도 역시 구치소로부터 인치 보고서가 왔습니다. 피고인이 법정에 나가기를 거부하고 있고 법정에 인치하기 곤란하다는 취지의 보고서입니다. 박근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의 인치도 현저히 곤란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에 의해서 피고인 출석 없이 그대로 공판 절차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궐석재판을 선언한 것이다.

▶ 박 피고인의 건강 상태는?

= 검찰과 법무부 구치소 관계자 등에게 확인해보니 건강은 구속될 때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교정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 피고인의 건강이 심각하다고 주장할 만큼 나쁘지 않다"면서 "건강은 처음 들어왔을 때와 비슷하고 그동안 병원에 3차례나 나가도 똑같다"라고 말했다.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자들도 "박근혜 피고인이 1952년생으로 만 65세가 넘었으니 그 정도 나이대의 건강상태와 비슷하지 특별히 나쁘거나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지 않았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이한형 기자)
= 박 피고인이 이미 세차례 외부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지난 11월에는 허리 디스크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 8월 발가락 때문에 강남성모병원을 찾았을 당시 의료진은 박 피고인의 허리통증이 노화에 따른 퇴행 증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줄곧 허리 통증을 호소해왔고 세 번째로 진행된 이번 MRI 촬영 결과, 담당 의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허리디스크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그간 앓아온 증세가 악화돼 허리디스크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 다른 건강 이상은 없나?

= 무릎이 안 좋은 상태여서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화 장애도 있다고
한다.

박 피고인은 구속이전에도 그랬다고 하는데. 구속된 처음부터 소화기능이 좋지 못해서 구치소에서 제공되는 식사의 절반 정도를 천천히 먹는다고 한다.

법정에 나갈 때는 발가락이 아프다는 얘기를 했는데(내성 발톱) 지금은 발가락이 아프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 구치소 생활에는 지장이 없나?

= 구치소 생활은 별다른 문제없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규칙적인 생활로 식사하고 설거지도 하고 샤워도 하고 책을 읽다가 지지자들이 보내오는 편지 읽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렇게 지낸다고 한다.

그동안 단전호흡과 요가를 꾸준히 해왔지만 구속된 뒤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요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어떤 운동을 한다는 거냐?

= 독방에서 생활하지만 하루 한시간 정도 구치소 운동장에서 운동을 한다. 운동은 바람도 쐬고 햇볕도 쬐고 걷는 걸 말한다.

▶ 박 피고인이 외부인을 만나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전혀 접촉하지 않고 있다. 10월 16일 2차 구속영장이 집행된 이후 유영하 변호사가 두세 차례 면회를 했지만 그 이후에는 누구와도 면회를 하거나 접견을 하지 않고 있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교도관과 진료를 위해 만나는 의사 외에는 어느 누구도 접촉하지 않은 채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일부 인사들이 간접적으로 면회의사를 전해왔지만 박 피고인은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있다.

▶ 국선변호인들도 전혀 안 만나나?

=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된 뒤 서너차례 편지를 보내 면회를 갈테니 만나달라고 했는데
박 피고인은 생각없다며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편지에 대해 답장도 하지 않고 교도관을 통해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 구치소 안에서 책을 읽는다고 했는데 어떤 책을 읽나?

= 역사소설을 자주 읽는다고 한다. 객주도 읽었고, 태평양 전쟁도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 책은 누가 반입하나?


= 유영하 변호사가 접견을 할 때는 책을 넣어줬는데 지금은 유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대행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은 구치소 안에서 개인이 30권 한도 내에서 보관 할 수 있고 다 읽은 책들은 교환이 가능하지만 외부에서 누군가가 넣어줘야 한다.

▶ 지지자들 편지가 지금도 많이 오나?

= 하루 2~30통 정도 온다고 한다. 구속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그동안 3천통 넘는 편지가 왔다고 하니까 많은 양이다. 그렇지만 답장은 한 통도 하지 않은 걸로 전해지고 있다.

박 피고인의 지지자들은 지금도 하루 4~5개 단체에서 4~50명 정도가 서울구치소 앞에서 집회를 열거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구치소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 박 피고인이 허리통증과 무릎, 소화장애를 호소하니까 구치소 내 의료과를 가는 일이 가끔 있는데 여성사동에서 의료과까지 300미터 정도 구간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데 이를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교정당국에서는 "여성사동에서 의료과까지 가는 길에 접견을 나오는 남성 사동 수용자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일반 수용자 진료가 끝나는 시간대에 이동하고 있다"면서 "이동 중 마주칠 경우 남성 수용자들이 야유를 할 수도 있고 사람이 많을 때 지나가기는 수용자 관리차원에서 적절치 않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여성 수용자라 하더라도 그 통로를 지나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교정당국의 설명이다. 구치소장이 면회를 한다거나 독방을 사용한다거나 하는 건 전직 대통령이다보니 특혜라고 하기보다는 특별관리 차원에서 어떨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 박 피고인이 법정에 나올 가능성은 없는 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박 피고인은 지난 10월 16일 구속된 뒤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재판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박 피고인은 재판부가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데 대해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은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끝으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절차를 '정치보복'으로 몰면서 재판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 이후에는 누구도 만나지 않고 있고 법정에도 출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판부도 더이상 재판을 미룰 수 없으니까 궐석재판에 들어갔다. 따라서 박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교정당국과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법무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재판에 성실히 임해서 형량을 줄이거나 재판출석에 불응하면서 형량을 좀 더 받으나 별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사법적 절차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는 게 옳은 건가?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통행', 또는 '불통' 스타일이 여기서도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 피고인 자신이 정치적으로 소외돼 있고 고립돼 있고 그런 차원에서 이 정권의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이미지를 확산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이미 재판부를 신뢰 할 수 없다고 대한민국 사법부를 불신하면서 재판을 거부한 상황이기 때문에 불출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원로 법조인은 '박 피고인이 사법적 영역을 정치적인 영역으로 돌려 정치적 논쟁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 "최고의 권력자인 자신을 누가 정치적으로 탄압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근혜 피고인이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려면 정부에서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박 피고인이 누굴 못 만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탄압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고립무원을 자초하고 있다는 말이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