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최고위원은 17일 감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 당무감사위 결정 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오늘 아침 애당심으로 진정 홍 대표를 위하는 마음으로 발표 유보를 부탁했었다"면서 "저의 경우 이번 당무감사에서 1권역 기준점수인 55점을 넘지 못해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점수를 53.86점이라고 공개한 뒤 "정치적 의도에 따라 희생시키려는 음모가 내제된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이 탈락한 배경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 청취 ▲자신의 점수를 미리 안 홍 대표의 표적 감사 ▲바른정당 복당파에 의한 희생 ▲자신과 경쟁자인 홍정욱 서울시장 후보 영입을 위한 견제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 영입을 위한 포석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배제한 홍 대표의 결정을 친홍(親洪·친홍준표) 성향을 지역구에 앉히려는 '사당화(私黨化)'라고 규정했다. 그는 "홍 대표가 지난 탄핵 당시 당을 배신했던 바른정당과의 추잡한 뒷거래를 실천하기 위해 바른정당 국회의원과 일부 당협위원장 대상 원외위원장을 쫓아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류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등 광역 및 기초 단체장 선거에 적극 개입하여 사적인 공천을 하려는 의도로 진행된 것"이라며 "저와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과 함께 홍 대표에 대해 적극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 공천을 통해 '모종의' 이득을 챙기려 사천을 계획 중이어서 자신이 희생됐기 때문에 이를 막겠다는 얘기다. 류 최고위원은 홍 대표를 강한 어조로 성토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류 최고위원이 사실상 '컷오프'된 데 대해 당 안팎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탄핵 및 대선 과정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해 문재인 대통령 등을 향해 강경 발언들을 쏟아냈고, 지난 전당대회에서 하이힐을 벗어던지는 파격 행동으로 당선되는 등 '여자 홍준표'란 별명이 붙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내에선 류 최고위원이 배제된 데 대해 여러 설들이 나돌고 있다. 그중에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있는 설은 한국당 입장에서 노른자위 지역구를 홍 대표가 직접 책임자를 챙기려 한다는 관측이다.
공교롭게도 류 최고위원의 서초갑 외에 서울 강남갑(현역의원: 이종구, 당협위원장: 김진), 서초을(현역의원: 박성중, 당협위원장 조은희) 등은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 있음에도 교체되지 않은 것은 바른정당 복당 여부와 무관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서초갑 역시 현역인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을 영입하려 한다기보다 홍 대표의 다른 측근이 내리꽂힐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홍 대표가 사천을 하려 한다는 류 최고위원의 주장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리는 셈이다.
이와 별개의 맥락에서 홍 대표 측이 류 최고위원의 사생활을 문제 삼았고, 홍 대표 자신이 이를 부담스러워 했다는 소문이 당직자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