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가상화폐 분석·평가기구 설립·관련 교육 활성화 필요"
지난 9월 처음 가상화폐 투자에 맛을 들인 직장인 김 모(31) 씨는 3개월 만에 두 손을 들었다. 인터넷방송을 보고 무작정 투자를 따라 했다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의욕을 잃어서다.
해당 인터넷방송 BJ는 수백만 원으로 투자를 시작, 단타 매매로 수억 원대 이익을 본 인물로 알려졌다.
이 BJ가 어떤 가상화폐를 사고파는지 살펴보고 잘 따라 하기만 해도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김 씨는 털어놓았다.
BJ가 가격이 낮은 종목을 구매하면,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우르르 몰려 가격이 확 뛴다. 이때 BJ가 해당 종목을 다시 팔면 가격이 내려가는데 아무리 생방송이라 해도 시차가 있어 뒤따라가는 사람은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김 씨는 주장했다.
가상화폐 투자화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인터넷방송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진행된다. 인기 있는 인터넷방송의 시청자는 5천 명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시청자 사이에서는 인터넷방송 덕에 돈을 벌었다는 의견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한 정보를 빠르게 알려준다는 점을 내세워 텔레그램·카카오톡 등 온라인 메신저에 유료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놓고, 특정 종목을 사도록 유도하는 '펌핑(pumping)방'에서 피해를 봤다는 사례도 있다.
대학생 최 모(25) 씨는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과 용돈을 탈탈 털어 유료채팅방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온 정보는 다른 곳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결국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최 씨는 전했다.
최 씨는 "거래량이 적은 가상화폐를 꾸준히 권유하기에 처음에는 열심히 따라 샀지만, 수익을 내기는커녕 손해만 봤다"며 "투자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투기를 조장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열풍이 불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김 씨·최 씨 같은 피해자들이 나오는 것은 가상화폐 시장이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신력 있는 정보를 얻을 만한 곳이 없어 앞서 나가는 누군가를 무작정 따라 하려다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한국금융ICT융합회 회장인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피해사례가 누적되면 관련 산업 발전에 해가 된다"며 "가상화폐 분석기구나 평가기구를 만들고 교육기관도 가상화폐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