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어는 안양 KGC인삼공사를 5연승으로 인도한 기막힌 한수였다. 디온테 버튼의 발을 묶었고 양희종의 외곽슛 감각을 되살아나게 했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15일 오후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의 홈경기에서 35-36으로 뒤진 채 시작한 3쿼터 들어 지역방어 카드를 꺼내들었다.
양희종이 코트 정면에 섰고 나머지 선수들이 박스 형태로 뒷공간을 채웠다. 3-2 형태의 지역방어를 꺼내든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김승기 감독은 "버튼이 아니었으면 지역방어를 쓸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DB의 해결사 버튼은 돌파에 강하다. 지난 12일 서울 SK와의 원정경기에서 4쿼터 막판 동점과 연장전 결승 득점을 모두 3점슛으로 만들어내는 등 외곽에도 강하다. 그래도 버튼의 돌파는 DB의 핵심 공격 옵션이다. 버튼이 돌파를 하고 상대 수비가 안으로 몰릴 때 직접 해결 혹은 외곽으로 내주는 패스가 위력적이다.
KGC인삼공사의 수비는 버튼의 발을 묶었다. 버튼은 적극적으로 돌파를 시도했지만 공격이 막혀 외곽으로 어렵게 공을 연결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DB의 수비가 성공을 거둔 것이다. 김승기 감독도, 양희종도 "수비는 잘됐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방어는 예상 못한 또 하나의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양희종은 전반전에 3점슛 5개를 던져 모두 놓쳤다. 하지만 후반에는 3점슛 5개 시도 중 4개를 림에 꽂는 등 총 15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해 81-73 팀 승리에 기여했다. 양희종의 후반 슈팅이 살아난 이유는 지역방어가 그의 수비 부담을 줄여줬기 때문이다.
김승기 감독은 "후반에 지역방어를 쓰면서 양희종이 체력을 안배할 수 있게 돼 슛이 잘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양희종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에게는 능력치 100%가 있는데 전반에는 그 힘을 대부분 수비에 쏟다보니 슛을 던질 때 밸런스가 깨졌다. 감독님께서는 기회가 생기면 계속 던지라고 믿어주셨다. 동료들이 좋은 기회를 잘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양희종의 올시즌 평균 3점슛 성공 개수는 2007년 데뷔 이래 가장 높은 1.44개다. 성공률 역시 프로 2년차 시즌의 36.4% 이후 가장 높은 35.4%를 기록 중이다. 결과적으로 지역방어가 올시즌 슛 감각을 잘 유지하고 있는 양희종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후반전의 양희종은 3점슛 8개를 터트렸던 지난 시즌 서울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을 보는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