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총리는 15일 오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과 면담을 한 자리에서 경제협력 본격화를 '실질적 조치'로서 언급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리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님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되었던 양국 간 협력사업이 재가동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또 리 총리가 문 대통령의 경제무역 부처 간 채널 재가동 요청에 대해 "경제 무역 부처 간 소통채널이 정지된 상태임을 잘 알고 있다"며 "향후 양국 경제 무역부처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드 갈등'으로 타격을 입은 양국 간 경제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사드 보복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우리 재계로서는 한 숨 돌릴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사드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가 여전한 상황이라는 점을 미뤄볼 때 '절반의 성공'임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단 리 총리는 사드 보복 철회에 대해서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비록 중국 정부가 관여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사드로 인해 위축된 기업과 경제 분야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리 총리께서 적극 독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일부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나 투자환경이 악화된 것은 아니며 중한 관계가 발전하면 한국 기업은 많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정부 차원의) 사드 보복은 없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여전히 우리 측과 중국 측의 생각이 다른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사드와 한중관계, 두 가지를 구분해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도 한중관계 복원을 시행하되, 사드에 대한 기존의 중국의 입장을 180도 바꾸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사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압박하겠지만 한중관계는 동시에 복원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리 총리 발언 역시)한중 관계와 사드를 연계시키지 않고 따로 가져가려는 의도로 읽힌다"면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중국 측의 여러가지 고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 분야에 있어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정부에 더 큰 숙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과 중국이 각각 배포한 언론보도문에서 중국은 한국이 사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우리 정부가 사드 관련 중국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할지 지켜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같은 점을 언급하며 "한국의 기술력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으로서도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한국과 경제 측면에서 협력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드 자체에 대해 이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 점차 관계 회복을 이루면 향후 안보 문제가 또 불거졌을 경우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