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복귀작으로 '화유기'가 적격인 안타까운 이유

"이렇게 잠을 안 자고 촬영하는 것 처음이다"

(사진=tvN 제공)
차승원·이승기·오연서 등 호화 배우진과 이른바 '홍자매'로 불리는 스타작가 홍정은·홍미란의 극본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가 최근 제대한 이승기의 복귀작으로 적격인 데는 다소 안타까운 이유가 있다.

15일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호텔에서 열린 '화유기' 제작발표회에는 배우 차승원·이승기·오연서·성지루와 연출을 맡은 박홍균 감독이 참석해, 오는 23일 첫 방송을 앞두고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제작발표회는 오전 11시 조금 넘어 시작했다. 참석자들은 당일 오전 9시 30분~10시까지 촬영을 진행하다 이곳 현장에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발언 중간중간 섞여 나온 "굉장히 피곤하고 숨쉴 틈 없이 돌아간다" "시간에 대한 부담, 여러 제약 때문에 열심히 찍고 있다" "같이 고생을 많이 하다보니 서로 짠하다" "말도 안 되는 한파가 와서 힘들다" 등의 표현은 강도 높은 촬영 현장 분위기를 증명했다.

박홍균 감독은 "처음 만들어보는 장르이다보니 이번 주 촬영 일정이 용인에서 사극을 찍고 합천에서 시대극을 찍었고, 놀이공원에서 현대 로맨스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제대 직후 3년 만에 복귀하는 이승기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의 발언은 군생활과 촬영 현장을 연결짓는 것이 다수였는데, 이 역시 촬영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승기는 "판타지물이어서 CG도 많고 일반적으로 (촬영)하는 것보다 2, 3배 노력을 들여야 해 체력적으로 힘들다"며 "이렇게 잠을 안 자고 촬영하는 것이 처음인데, 군 전역한지 얼마 안 돼 그 정신으로 즐겁게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정신 없이 촬영하다보니 (제대 뒤 촬영 현장에 대한) 어색함을 잊을 정도로 달려가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촬영하면서 하나 다행인 것은, 이 드라마는 군기가 안 빠져야 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체력 소모도 심하고, 나약해지기 시작하면 못할 법한 다채로운 상황 설정이 많기 때문에 끝날 때까지는 군기를 가져가야 이득일 것 같다."

밤샘 촬영 등 드라마 제작 현장의 강도 높은 노동은 그간 배우, 스태프들의 증언 등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강한 비판을 받아 왔다. 이로 인해 사전 제작, 반(半) 사전 제작 등 노동 강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뤄지는 추세다.

그런데 위에서 접한 '화유기'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인상을 준다. 이날 제작발표회를 통해 배우들의 어려움은 엿볼 수 있었지만, 스태프들의 고충은 들을 길이 없으니 더욱 열악할 것이라고 짐작만 할 따름이다.

이에 대해 tvN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대극 성격이 있다보니 바깥에서 진행되는 신들이 많아 그러한 측면이 있다"며 "최대한 반 사전 제작 형태로 가기 위해 2, 3달 전부터 촬영에 들어간 배우들은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이승기 씨가 제대하자마자 합류했기 때문에 함께 찍는 신을 촉박하게 촬영하면서 그러한 특수성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승기에 대한 캐스팅은 그가 제대하기 전부터 진행됐다. 박홍균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손오공 캐릭터 일치도에 있어서 (이)승기 씨 만한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에 캐스팅 초반부터 구애를 했다"며 "하지만 군인 신분이어서 구체적으로 만나 작품 설명하기가 힘들었는데, 제대 뒤 빠른 시간에 결정을 내려줘 고맙다"고 설명했다.

tvN 관계자는 "당연히 일정 등 전체적으로 (배우, 스태프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게 조율하면서 하겠다"며 "아무래도 첫 방송이 얼마 남지 않고 하다보니 빡빡한 점이 있었는데, 힘든 일 생기지 않도록 조율하면서 진행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승원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난지 1년 됐다"며 "새롭게 태어난 뒤 (출연하는) 첫 드라마인데 제게도 새롭고, 이 드라마 보시는 시청자분들에게도 새롭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손오공 등 중국 고전 '서유기' 캐릭터를 차용해 현실의 다양한 인간군상과 로맨스를 보여 주려는 '화유기'는, 다양한 장르를 융합한 새로운 시도임이 분명해 보인다. 차승원의 말대로 '화유기'가 새롭게 태어난 대한민국에서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간 비판의 대상이 돼 온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경계 역시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악귀가 창궐하는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겠다는 '화유기'의 취지가 드라마 밖에서도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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