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전 수석의 구속 여부는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 성적표의 마지막 남은 빈칸과 같은 상징성을 가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였던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권 들어 '왕수석'으로 통했고, 지난해 소환 조사를 받을 때 검사실에서 팔짱을 낀 사진이 찍혀 '황제 조사' 논란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박영수 특검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 2월과 4월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법꾸라지'로 불렸고, 검찰은 부실수사를 했다는 불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했거나 직접 연루됐다는 핵심인물로 지목됐지만 두 차례의 구속 위기를 모면했던 그도 결국 국정원 의혹 수사로 덜미를 잡혔다.
여태껏 다섯 차례 소환조사를 받은 그는 지난달 29일 4차 출석 당시 가라앉은 목소리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다.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들 틈을 비집고 조사실로 향하면서는 "고맙습니다"라는 말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첫 포토라인에 설 때 '레이저 눈빛'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구속=유죄'라는 법칙은 항상 성립하진 않지만,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혐의는 현재 진행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국정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와 재판 과정 등에서 드러난 우 전 수석의 태도를 볼 때 구속이 그의 심경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이날 새벽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우 전 수석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이 정치공작 등 국정원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를 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등의 진술, 이를 뒷받침할 문건 등을 확보한 성과를 낸 게 영장 발부의 지렛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우 전 수석이 국정원을 동원해 자신의 개인 비위 의혹을 감찰하던 이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한 것은 민정수석의 막강한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한 심각한 사례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고권력자인 민정수석이 국민 개인을 불법사찰했다면 사안이 가볍다고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법원 역시 영장 발부 이유로 이 전 감찰관 사찰에 관한 증거인멸 가능성을 꼽았다.
우 전 수석은 국정원에 지시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 공무원과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과학기술계와 진보성향 교육감들을 뒷조사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