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AI 변호사 등장 "만원이면 5분 만에 계약서 작성"

변호사 비용 투명성 제고 '기대'…"최적의 해결책은 인간 변호사만 가능"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단돈 1만원이면 계약서 작성을 해주는 인공지능(AI) 변호사가 등장했다. 아직은 일부업무에 불과하지만 변호사 업무를 AI가 대행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14일 NHK에 따르면 계약서 작성업무를 대행해주는 IT 업체 '홈즈'는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 지난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변호사에게 의뢰해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통상적으로 수만 엔(수십만 원)이 들지만 '홈즈'의 AI 변호사는 계약서를 월 980 엔(약 9400원)의 고정요금으로 클라우드 상에서 대신 작성, 관리해 준다.


'홈즈' 설립자는 사사하라 겐타(34. 笹原健太) 변호사다. 그는 변호사가 된 뒤 계약서만 제대로 작성했더라도 재판까지 가지 않아도 됐을 사건들이 너무 많은 것에 주목했다. 또 계약서 미비로 인간관계가 깨지고 거래가 끊기는 사례가 의외로 많은데 놀랐다고 한다. 그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도 정식 계약서를 손쉽게 작성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한 끝에 홈즈를 창업했다.

많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가 진짜 중요한 계약만 변호사에게 작성을 의뢰한다. 수수료가 비싸고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절차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등이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문화가 확산하면 변호사 수요도 늘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홈즈'에서 작성해주는 계약서는 부동산 매매부터 업무 수주 및 발주, 종업원 고용과 비밀유지 등 다양하다.

작성 방식은 AI 변호사가 계약서 내용에 따라 웹에서 검색한 300여 종 중에서 AI가 최적의 "본보기"를 골라낸다. 이 본보기의 빈칸에 필요한 사항을 입력하기만 하면 5분여 만에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거래한 물건에서 결함이 발견될 경우, 판매자가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지 등의 '하자담보책임'같은 복잡한 조항도 클릭 한 번으로 표현을 바꿔 가면서 선택할 수 있다.

계약서 작성은 고객에게서 사정설명을 들은 후 불리한 내용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문으로 만들어 문서에 적어 넣는 것이 변호사의 노하우지만 상당수 계약서는 구조나 용어가 정해져 있어 정형화된 계약서는 작성하기 쉽다고 사사하라 대표는 설명했다.

변호사에게 의뢰하면 계약서 1통을 작성하는데 5만 엔(약 48만 원)에서 10만 엔(약 96만 원) 정도의 수수료가 들지만, 상거래의 기본적인 지식이 있으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서비스는 변호사 업계를 파괴할 혁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사하라 대표는 중소기업 등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선은 법무부서를 두고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내 승인절차가 효율화된다는 점을 내세워 고객 기업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홈즈는 AI 변호사 사업에 가능성이 있다고 본 미국 벤처 자본의 투자를 받아 내년 중 시작을 목표로 새로운 기능개발도 추진 중이다. 기존 계약서를 체크해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서비스다.

사사하라 대표는 AI를 활용한 혁신을 통해 변호사 비용과 요금의 '투명성' 제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사전수속의 경우 주고받은 일상의 메일과 거래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체크해 폭력조직과의 관계나 정보누설 여부 등 방대한 자료를 사람이 조사해야 한다. 대형 법률사무소의 경우 시간당 요금을 받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그러나 AI를 이용하면 명백히 정상적인 것과 이상한 것을 금세 체크할 수 있다. 기업 측은 AI가 판단할 수 없는 애매한 부분만 변호사에게 맡기면 된다. 인터넷에서 각종 서비스를 비교해 보는 게 당연시되는 시대에 알기 어렵게 책정된 현재의 변호사 비용을 이대로 두면 언젠가는 외면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NHK는 그러나 합리성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건 인간인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영국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에 나오는 동명의 주인공들처럼 AI 왓슨은 조수,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건 변호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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