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치 이력상 중도 세력을 포괄하는 손 고문이 전면에 나설 경우 파장이 일 전망이다.
14일 부산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다시 만나 손을 맞잡았지만 두 당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유승민 대표는 "국민의당과만 선거연대를 이야기하는 중이지만 한국당에도 그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한국당에도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안 대표는 "저는 (한국당과) 전혀 그럴 생각이 없고 유 대표도 그런 가능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유 대표가 "조만간 통합 결론을 내겠다"며 12월을 마지노선으로 밝히면서 안철수 대표 측은 발등의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여기에 국민의당 평개연 의원들과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의원) 소속 초재선 의원들이 긴급 모임을 갖고 "통합은 절대 안 된다"며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할 경우 총력 저지하겠다"며 통합 반대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안 대표에 대한 공세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당내 반발이 점차 거세지는 데다 통합 논의까지 지지부진하자 안 대표측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손학규 상임고문에 SOS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손 고문 측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 측에서 손 고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통합 논의의 선봉에 서달라며 부탁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손 고문은 올해 초 대선 당시 안 대표와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공동정부 내지는 연립정부가 불가피하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할 수 있는 정당과의 연립정부를 제안하는 등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주장한 바 있다.
정치 이력 상으로도 개혁 성향의 한나라당 출신으로 바른정당과의 교집합도 상당하다. 바른정당 의원들과도 일부 교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손 고문이 안 대표의 요청에 응할 경우 당내 지형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통합 반대파 의원들이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김성식, 김동철, 이찬열 의원 등 중립지대 의원들이 통합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계 이찬열 의원은 "손 대표가 며칠 전 전화를 걸어와서 당 상황을 소상히 말씀드렸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손 고문은 오는 21일 오후 5시 30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안 대표가 이날 공항에 직접 마중을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귀국 행사 후 만찬도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안 대표가 손 고문와 통합에 대한 교감을 이룰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