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매일 밤 음란 사이트를 뒤져요" 디지털 성범죄 끝없는 고통 ② 피해자는 수백만 원 주고 왜 '디지털 장의사' 찾나 ③ 가해자이자 피해자, 디지털 성범죄 노출된 '청소년' ④ 디지털 성범죄 표적, '남성'도 예외 아냐 ⑤ '음란물' 기준 뭐 길래...'불법 촬영물'은? ⑥ "디지털 성폭력도 성폭력인데…" 갈 길 먼 현행법" ⑦ "웹하드·디지털장의사 유착 의혹…"정부가 운영해야" (계속) |
'디지털 성범죄' 피해 촬영물을 삭제하는 일이 영리 목적으로 사용되면서 악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실제로 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흔적들을 정리해주는 '디지털 장의사'나, 불법촬영물이 유통되는 '웹하드'가 피해를 확산시킨 뒤, 삭제까지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웹하드·디지털장의사, 유포하고 삭제까지 할 수 있어"
한국성폭력상담소부설연구소 울림 김보화 책임연구원은 "좀 더 조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일부 업체에서 불법 촬영물을 올려 유포하고 삭제 지원까지 할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계속 보고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디지털 장의사에게 수백만 원의 돈을 주고도 영상이 지워지기는커녕 계속 웹하드를 통해 피해가 확산하는 사례도 나타나면서 이러한 의심은 더욱 짙어지는 상황.
앞서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여성가족위원회 국감에서는 웹하드사-필터링업체-디지털장의사-비영리민간단체 간의 유착관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디지털장의사에게 영상 삭제를 요청한 뒤 오히려 웹하드에 영상이 더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며 “웹하드사는 유통으로, 동시에 장의사들은 피해 영상을 삭제하면서 돈을 버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디지털 장의사가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기 전에 국가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보화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업체와 용역을 맺기보다 직접 삭제 전문가들을 정부 기관으로 영입해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벌이로 전락한 '성범죄 피해'...디지털 성범죄의 산업화
현재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개인이 수백만 원의 비용을 몇 달씩내면서 직접 사이버 장의사를 구하고 있다.
여성·민간단체들은 '성범죄 피해'의 산업화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디지털 장의사는 무료 지원이 아니라 수백만 원의 돈을 받는데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산업이 되면 근절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장의사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있어야 돈을 벌 수 있으니 근절되길 원하지 않게 된다"며 "진정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근절되려면 산업화돼선 안 되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산업화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디지털 장의사가 돈을 너무 많이 번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익구조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우리 단체에서도 디지털 장의사처럼 삭제를 해주지만 돈은 받지 않고 있다"며 "(디지털 장의사) 지나치게 큰 비용을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 외국에선?
'보복 포르노' 피해자와 관련 입법을 지원하는 사이트 '보복 포르노 끝내기(ERP)'는 미국 일리노이주의 입법을 소개하며 가장 모범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ERP에 따르면, 일리노이주에서는 가해자의 특정한 동기를 요건으로 하지 않고, 피해자가 스스로 찍은 촬영물도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특히 촬영물의 내용이 피해자의 '성적인 신체 부위'일 것만을 요구하지 않고 해당 촬영물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유포된 것을 알았거나 합리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경우 1차 유포자 외에 2차, 3차 유포자도 처벌한다.
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적법한 공익 목적, 적법한 수사 과정, 불법행위의 보도, 공개된 장소에서의 자발적 노출에 따른 촬영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