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유통 및 단체급식 업체 CJ프레시웨이에서 영양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이 담당한 식당에 식자재로 납품된 꽁치 몸통 곳곳에서 검은 기생충들을 발견했다.
수산물 담당자에 항의했지만 답변이 없자 A씨는 회사 임원들에도 수차례 메일을 보내 이 사실을 얘기하고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꽁치에서 발견된 기생충은 '아니사키스' 또는 '필로메트라' 선충이라고 밝혔다.
이 기생충들은 생선에서 흔히 발견될 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세척, 가열, 조리하면 인체에 해가 없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에도 허용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A씨가 사측의 해명에 납득하지 못하고 계속 문제 삼으면서 갈등이 이어지던 도중, 사측은 지난 3월 A씨가 '기생충 꽁치 사건을 세상에 알리겠다'며 협박하고 회사에 5천만원을 요구했다며 징계해고했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지난 10월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A씨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단하고 복직을 명령했다.
사측이 먼저 A씨에게 연락해 입막음 조로 금품을 건네겠다고 거듭 제안하자 이를 거절하다 돈 얘기에 휘말렸을 뿐이란 A씨의 해명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노위 판정서를 보면 "이 사건 근로자와 사용자의 인사담당자 대화를 담은 녹취록에 5천만원이 언급된 것은 사실이나, 녹취된 대화는 최초 이 사건 근로자의 요구가 아닌 이 사건 사용자의 인사담당자의 연락으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근로자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여러 차례 발송했던 메일은 문제제기 및 개선요구 내용으로 금전요구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등을 고려하면 최초 금전요구 언급의 배경 및 의도 등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임원진들에게 메일을 보내자 사내 인사담당자 등이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왔다"며 "'무엇이 필요하냐'며 집요하게 물어왔고, 이를 계속 거절하다 홧김에 '얼마나 줄 수 있느냐, 5천만원쯤 주겠느냐'고 답했는데 사측이 이 부분만 녹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은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 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A씨를 공갈미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해 사건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A씨는 넉 달 동안 7차례에 걸쳐 5천만원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언론에 알리겠다'며 상습적으로 공갈행위를 했다"며 "A씨가 먼저 '금액이 크다', '이것도 봐 준 것이다'라고 발언한 음성파일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A씨가 직접 국민신문고를 통해 식약처, 해수부 등에 관련 내용을 질의했지만,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수산물에는 흔히 볼 수 있는 기생충인데다 깨끗이 씻어 가열해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꽁치를 연간 수십톤을 수입해 사용하지만 다른 영양사는 물론 관세청 등도 위생상 문제를 삼지 않은 안전한 식자재"라며 "음식·식자재 관련 회사에게 식품위생은 사활을 건 문제인데, 관련 사실이 허위이더라도 유포되는 순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록 기생충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거나 A씨 행위에 일부 잘못이 있더라도 공익을 위한 내부 문제제기를 우선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 환노위 간사 더민주 한정애 의원은 "노동위원회 판정대로, 업무 중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고 이의를 제기한 직원에게 회사가 돈을 주겠다고 먼저 유혹해놓고 이를 빌미로 해고했다면 누가 감히 공익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며 "이미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사측의 부당해고를 인정한만큼 CJ가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