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수석을 소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화이트리스트 사건, 국정원 자금 수수 사건 등의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을 주지시켰다.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박근혜정권이 전경련과 대기업을 압박해 관제데모를 일삼던 우익단체들에 총액 69억원 상당을 지원토록 강요한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단'인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상관'인 조 전 수석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국정원 자금 수수 사건은 박근혜정권 청와대가 당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모두 40억원 상당 불법 상납받은 사건이다.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구속기소돼 있다. 조 전 수석은 재직 중 매달 5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수석은 지난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피의자로 소환된지 11개월만에 다시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대상이 됐다.
그는 정권 비판적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정책을 벌인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됐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지난 7월 풀려났다. 현재는 불구속 상태로 블랙리스트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각종 범죄혐의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조 전 수석의 재구속 가능성이 높아져 있다.
화이트리스트 사건의 경우 말단 실무자인 허 전 행정관만 구속기소된 점에서 상관 또는 지시자 신분이던 조 전 수석의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 윗선의 형사책임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 '도마뱀꼬리 자르기' 수사가 될 공산이 크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 역시 증뢰(贈賂)·수뢰(受賂) 당사자 일부가 구속기소되는 등 수사가 진척됐다. 특히 '돈 문제'라는 죄질의 중대성이 신병처리 가능성을 높인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다른 혐의는 '정책상 문제'라고 핑계댈 수 있을지 몰라도 뇌물수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2심 진행 중인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도 조 전 수석에게 불리한 증거와 증언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지난 8월 청와대 캐비넷에서 청와대 차원의 공작 정황을 입증하는 회의 자료 등이 대거 발견돼 증거 채택됐다. 또 최근 조 전 수석의 전임자가 "블랙리스트 업무를 인수인계했다"고 법정에서 양심선언했다.
검찰은 조 전 수석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불구속 상태인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일부 특활비 상납 관련자들을 일괄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 등 다른 피의자 신병처리 일정도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