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꿈을 안고 고가의 학원비를 지불한 준비생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 수강료 150만원, 약속 안지켜도 환불불가
의심스러웠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A 씨는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150만 원을 내고 수강했다. 하지만 9월로 약속했던 면접날짜가 다가오자, 학원은 사정이 생겼다며 면접날짜를 차일피일 3번이나 미뤘고, 날짜는 2달 넘게 미뤄졌다. 그렇게 면접날짜가 밀리면서 채용인원도 줄어갔다. 수강생 중 50명을 뽑을 수 있단 장미빛 홍보는 결국 25명 채용으로 반토막이 된 채 마무리돼 버렸다.
게다가 약속했던 어학 강의나, 승무원으로서 필요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강사는 수업시간에 들어와 "자신들이 1, 2차 면접관이니 권한으로 50명 이상 뽑을 수도 있다"며 학원 홍보에만 열을 올리기 일쑤였다.
A 씨는 "부실한 수업 내용과 밀리기만 하는 면접 날짜에 환불을 요구하자, 사전에 고지받지 못한 계약서를 들이밀며 환불 불가 입장을 통보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처음엔 환불을 해줄 것 처럼 하다가 나중에 연락해 보니 계약상 불가하다고 하더라"며 황당해했다.
◇ 사기로 고발까지…끊이지 않는 외항사 채용 대행
올해 초에만 세 개의 학원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 승무원 학원 또한 중국의 한 항공사와 채용 대행을 추진한다며 학생들을 모았지만 결국 한명도 채용되지 못했다. 일부 피해학생들은 지난 7월 학원을 사기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문제가 반복되자, 지난 4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항사에 면접서류라도 제출하려면 해당 학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 상황을 악용하는 학원들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며 "교육청은 교육과정 및 수강비 신고 여부, 해당 학원에 대한 민원신고에 대한 즉각적인 지도점검을 해야 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 외항사 채용 구조적 문제…정부 "대안 없어"
학원들은 채용을 미끼로 영업을 하기위해 외항사를 설득해 채용인원을 만들어오고, 외항사들은 채용시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학원에 1차 ,2차 면접 채용대행을 맡겨버린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학원들이 광고하는 채용인원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학원들은 영업을 하기 위해 외항사에서 채용대행을 어떻게든 따온 뒤 광고부터 하지만, 최종적으로 몇 명을 뽑을 지는 해당 외항사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직 외항사 직원이자, 학원에서 직접 면접관도 했다는 B(32) 씨는 "채용인원이 수 없이 바뀌는 사기행태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며 "실제로 해당 항공사와 채용인원을 계약한 건지 계약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할 정도다.
◇ 정부, "단속 근거 없어…공기관 직접 대행 준비 중"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됨에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 알선을 통해 학원영업을 하는 행태에 대해 제재할 마땅한 법령이 없다보니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법에서 채용 알선을 통해 영업을 하는 행태에 대해 제재할 조항이 없다"며 "학원생들이 개별적으로 허위과장광고나 사기를 신고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인력공단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외항사 채용을 직접 대행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지만, 외항사들이 고용을 점점 줄이고 있어 이마저도 답보상태다.
산업인력공담 해외취업팀 관계자는 "민간 학원들이 채용대행을 하면서 문제가 반복돼 공기관에서 직접 나서기로 했다"면서도 "채용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 다양한 외항사를 상대로 홍보를 진행 중인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