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로 출근했다.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의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후 1998일 만이다. 최 사장의 취임 첫 행보는 '해고자 즉각 복직 공동 선언이었다.
"문화방송 노사는 지난 9년 방송장악의 역사를 청산하고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으로 노동조합의 공정방송 요구 파업 과정에서 불법으로 해고된 해고자 전원의 즉각 복직에 합의했습니다. 문화방송 노사는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의 해고를 무효로 하고 2017년 12월 8일자로 전원 복귀시킨다. - 2017년 12월 8일 문화방송 대표이사 사장 최승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위원장 김연국"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오늘 이 자리는 여기 계신 우리 MBC 구성원들 모두, 시청자들의 응원에 힘입어서 함께 싸우고 만들어 낸 자리"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해직언론인으로 지난 5년 동안 많이 고생하셨던 함께 싸워주셨던 최승호 선배께서 이제 사장으로서 우리 구성원들이 오로지 시청자만 바라보고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실 것을 기대하며 구성원 대표해 환영의 인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2천일 안팎으로 해고되셨던 지난 5년 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 동안 진행했던 파업 때 해고되신 해직자 복직을 선언하는 자리다 이용마 선배의 쾌유를 기원하면서 구성원들께, 신임 사장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동안 최 사장은 해고자 신분이어서 MBC 사옥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었다. 고등법원의 2심 판결에서까지 '해고무효'가 나왔지만, 사측의 방해로 MBC본부 노조 사무실에만 드나들 수 있었다. 그는 이날 사장실이 있는 14층을 구성원들과 함께 올라가겠다고 밝혔다. 구성원들의 항의를 피하기 위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탔던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의미였다.
최 사장은 "저는 MBC를 아예 못 들어와봤으니까 14층이라는 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말씀 듣기로는 도저히 제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들었다. 그래서 우선은 제가 약간은 겁나는 마음도 있고 해서 좀 여러분들과 함께 올라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며 "온갖 단절과 소외의 모든 상징들을 철폐하는 일들을 우리가 해 나가야 되겠다. 여러분들이 의견을 많이 주시면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최 사장 선임 이후 낸 성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잃어버린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전제조건은 방송장악의 어두운 잔재에 대한 신속하고 단호한 청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MBC본부는 "방송장악의 어두운 역사를 단호하게 청산할 수 있는 인사,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방송과 제작자율성을 확고하게 지켜낼 수 있는 인사,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최고의 콘텐츠 생산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인사를 기대한다"며 "이제 노사 모두 MBC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