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7일 정의윤과 계약금 5억 원, 연봉 3억 원에 옵션 12억 원 등 4년 총액 29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올해 FA 시장에 나온 18명 중 6번째 계약이다.
특이한 점은 옵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정의윤의 계약 중 옵션은 총액의 41%가 넘는다. 4년 연봉과 옵션이 같다. 역대 FA 중 이 정도로 옵션 비중이 높은 계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통상 FA 계약에서 옵션은 총액 중 일부에 불과하다. 2014시즌 뒤 두산과 계약한 장원준은 계약금 40억 원, 연봉 10억 원에 인센티브가 4억 원 등 총 84억 원이었다. 당시 원 소속팀이던 롯데가 제시한 조건도 보장금액 80억 원에 옵션이 8억 원이었다. 총액의 5~10% 정도가 옵션이었다.
2015시즌 뒤 NC와 계약한 박석민도 비슷하다. 기본 보장 86억 원에 옵션이 10억 원이었다. 최대 96억 원으로 옵션 비중이 10% 정도였다. 외인 계약을 봐도 마찬가지다. SK 에이스 메릴 켈리가 내년 연봉 140만 달러, 옵션 35만 달러 총액 175만 달러에 계약했다.
외인 타자 제이미 로맥의 옵션 비중이 높은데 연봉 50만 달러에 옵션 35만 달러로 70% 수준이다. 정의윤처럼 100%까지는 아니다.
옵션만 8000만 달러, 매년 1000만 달러인 셈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계약이다. 마에다는 지난해 16승11패 평균자책점(ERA) 3.48, 올해 13승6패 ERA 4.22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충분히 옵션을 챙길 수 있는 기록이다.
선수로서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고, 구단은 부진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계약이다. SK 관계자도 정의윤의 계약에 대해 "선수에게 강한 동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의윤이 지난해 정도의 성적이면 차고 넘치게 옵션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의윤은 2016시즌 타율 3할1푼1리 27홈런 100타점을 올렸다.
만약 정의윤이 팀의 4번 타자로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4년 최대 29억 원을 거머쥘 수 있다. 특급 FA가 받는 100억 원 안팎의 고액은 아니어도 연 평균 7억 원 이상의 수입이다. 올해 35살의 나이에 4년 150억 원에 계약한 이대호(롯데)처럼 4년 뒤 다시금 대박을 노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옵션을 대폭 늘리는 계약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선수는 보장액은 적지만 계약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단은 옵션을 뺀 보장액만 보자면 큰 금액이 아니기에 단기 계약이 아니어도 부담이 크지 않다. 만약 해당 FA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면 기꺼이 옵션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는 앞서 언급한 선수들 외에도 김주찬(KIA), 김승회(두산), 손시헌, 이종욱, 지석훈(이상 NC), 박정진, 안영명(이상 한화) 등 다수의 FA가 남아 있다.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고 본인에 대한 동기 부여, 구단을 위한 안전 장치가 마련되면 상황은 쉽게 변할 수 있다. 과연 정의윤과 SK의 계약이 남은 FA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