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정권이 바뀌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보수진영은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당은 ‘적폐’ 구도에 갇혀 국민적 비(非)호감을 사고 있고, 원내교섭단체 기준(20석)이 붕괴된 바른정당은 ‘대안 보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분열의 고착화가 이어진다면 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 보수, ‘탄핵 찬반’ 나뉘며 분열…대선 참패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 소추안이 인용되기에 앞서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이 가결됐다. 탄핵 자체는 헌정 사상 처음이었지만, 국회의 소추안 처리만 보면 2004년 3월 12일 가결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처리에 이어 두 번째였다.
탄핵안은 예상을 뛰어넘어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 투표의원 299명 중 234명이 찬성 표결했고, 반대는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이었다. 탄핵안 가결 요건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의 찬성을 위해 28명의 옛 새누리당 의원들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34명이 추가 이탈한 결과였다.
탄핵에 찬성한 새누리당 의원 62명은 분당세력이 됐다. 김무성(6선)‧유승민(4선) 등 비박계 의원들은 탄핵 가결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서 비상시국회의를 가동했다. 시국회의는 개혁보수신당(가칭)을 거쳐 지난 1월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2개 정당으로 분열된 보수는 최악의 구도로 대선을 치렀다. 5월 9일 실시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41%를 받은 반면, 보수표심은 홍준표(24%)‧안철수(21%)‧유승민(7%)로 3분열됐다.
◇ 분열 고착화…‘적폐’ 구도에 갇힌 한국당, 교섭권 잃은 바른정당
지지율도 보잘 것 없는 수준을 맴돌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당 12%, 바른정당 8%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각각 75%, 47%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열세다.(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홈페이지 참조)
설상가상으로 지도자급 정치인들이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어 적폐 구도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성완종 사건과 국정원 특활비 등이 비리의 혐의다. 전 정부가 쌓은 적폐에 갇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지방선거 前 정계 개편 등 ‘반등’ 시도
탄핵으로 생겨난 적폐 구도에 갇혀 허우적대는 보수야권에선 이대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온전히 치르기 어렵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돌고 있다.
탄핵 구도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방증은 박 전 대통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구속기간이 연장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이 지방선거 전 실시될 경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그를 강제 출당시켰다.
박 전 대통령을 지우고 탄핵의 여파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처방이 보수야권의 공통 시각이다.
정계 개편의 방법론으로 한국당이 바른정당을 완전히 흡수하는 방안과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일부가 중도에서 통합 후 한국당 일부가 다시 결합하는 제3지대 통합론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