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매일 밤 음란 사이트를 뒤져요" 디지털 성범죄 끝없는 고통 ② 피해자는 수백만 원 주고 왜 '디지털 장의사' 찾나 ③ 가해자이자 피해자, 디지털 성범죄 노출된 '청소년' |
사이트에는 주로 중, 고등학생의 사진이 올라오는 게시판이 있다. '은꼴게시판'이다.
'은근히 흥분되는 게시판'이라는 의미인데 업로드되는 자료 대다수가 중, 고등학생의 사진과 영상 등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게시물 역시 '고등학생'들의 사진과 영상이다.
고등학생은 이 공간에서 '고등어'라는 은어로 불린다. 영계는 어린 여자를, '골뱅이'는 술 취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가 된 여성을 말한다.
이곳에는 여학생들의 일반적인 셀카 사진부터 짧은 교복 치마 사진, 신체 사진 등이 올라와 있고, 학교 내부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는 이들 역시 '내 지인', '내 여친' 이라며 글을 쓰고 직접 찍은 사진이니 불법 복사를 금지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인터넷상에 한 번 퍼진 불법 촬영물은 언제나 유포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불법 촬영'이라는 디지털 성범죄가 '유포'라는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사이트 관계자가 '블라인드' 처리한 글도 많았지만, 몰래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가 '범죄'라는 인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글들뿐이었다.
이들에게 오히려 미성년자들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네티즌들의 호응을 받는 일은 마치 '놀이'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디지털성범죄아웃(DSO) 하예나 대표는 "청소년들이 올린 글 중에 부모님을 찍어서 올리는 경우도 봤다"며 "어머니 사진을 찍은 뒤 암캐를 공유한다며 성관계할 사람을 모집한다고 글을 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의 특징은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사이트 자체가 게임 형식"이라며 "사진을 올리면 레벨을 올릴 수 있고 레벨이 올라가면 더 심한 사진을 볼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마치 '게임'처럼 레벨을 올리도록 유도하는 구조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성적 도구로 대상화하는 문화가 청소년들을 디지털 성범죄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트 관계자는 공지를 남겨 "사진, 동영상, 글 등으로 미성년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표현하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공지가 무색할 따름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이트에 게재되는 '광고'다.
사이트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수차례에 걸쳐 영어 광고가 뜨는데 광고 내용을 살펴보니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이 여성 중 한 사람과 영원한 사랑을 찾는다" 등이다.
직접 클릭해보니 수많은 외국 여성을 고를 수 있게 돼 있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런 것들은 모두 성매매 알선 광고"라고 귀띔했다.
디지털 성범죄뿐만 아니라 '성매매'라는 중대범죄에도 청소년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지인 능욕' 사례 많지만, 가해자 찾긴 어려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 서승희 대표는 청소년 범죄 유형 중 '지인 능욕'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인 능욕은 지인을 능욕하는 모든 행위를 말하는데, 사진을 합성해서 모욕감을 주거나 지인의 민감한 사생활을 폭로하는 범죄 행위다.
서 대표는 "셀카를 내려받아서 야한 사진에 합성하기도 하고 그 사진에 남성이 사정한 것을 포토샵으로 합성하거나 그 사진이 켜놓고 핸드폰 위에다 사정한 다음 그걸 다시 찍어 올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식으로든 그 여성이 원하지 않지만, 자신이 이 여성을 능욕·정복했다는 의미를 담은 글을 올리는 셈이다.
"학교에서 같은 반 여학생 3명이 지인 능욕의 피해자가 된 적도 있었는데, SNS 가짜 계정을 써서 최초 가해자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지만 당연히 또래 남학생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서 대표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