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재개로 북미 간 긴장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체제붕괴·안보 우려를 덜어주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통일연구원 주최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우려를 덜어주는 조치를 교환하는 방식의 '새로운 협상 구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역시 같은 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제시할 대안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북한 간 직접 대화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해도 될 대안을 제시하며 동시협상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에 '체제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같은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한반도 내 강대강 대치, 찰나의 유화 무드에서 다시 도발로 이어지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이런 가운데 '근본적인' 북핵 해법을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북한이 주장하는 '체제 보장'에 대한 고민이 따라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에는 대북강력 제재 속에서도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주장하며 이전과 차원이 다른 긴장감을 주고 있는만큼, 북한과의 대화·협상을 지향하는 정부·여권에게는 또다시 '체제보장'이 화두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위협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만큼 이같은 논의가 좀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CBS노컷뉴스에서 "1994년 10월의 제네바 기본합의와 2005년의 6자회담 9.19 공동성명 등에도 체제보장이 언급돼 있다. 그러나 말만 있지 실제 행동이나 심도있는 논의가 없었다"며 이전의 논의와는 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계속 언급하는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강한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체제 보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규정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란으로 인해 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막아줄 수 없듯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같은 체제 보장 논의는 많은 고민을 통해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상황에서 관건은 북한과 미국의 대화로, 미국과 북한의 강대강 대치를 중단하고 체제 보장 논의를 비롯한 비핵화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 소장은 "북미 간 대화를 통해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상대국 대사관이 들어서는 등의 조치가 있으면 북한이 핵을 내려놓을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북한은 지금으로선 비핵화가 연계된 체제보장은 '체제보장'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생각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와 북한 간 신뢰가 존재하지 않으니 일단 이를 쌓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