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7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문화비전2030 - 사람이 있는 문화' 기조를 공개했다. 정책이 아닌 '기조'다. 정책과 사업은 내년 3월 발표한다.
통상적으로는 정부가 언론을 통해 완성된 정책을 발표하고 홍보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문체부는 이러한 방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기조를 먼저 발표하고 앞으로 민관 협치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도종환 장관은 "기존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전문가와 연구진이 논의하는 식은 지지기반과 추진력이 약하다"며, "이제는 모두가 협력해 완성된 것이 아닌 계속 진화하는 개방형·진행형 문화비전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6월 도종환 장관은 부임 이후부터 문화/체육/관광 포럼이나 토론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0월에 민간전문가와 정책 분야별 책임연구자를 중심으로 ‘새 문화정책 준비단(준비단)’을 구성해 문화비전2030 수립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준비단장을 맡은 이동연 한예종 교수는 "그동안 정부들이 내세운 문화 슬로건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역시 나쁜 키워드는 아니다"며 "다만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고 정치나 이념, 돈과 권력에 휘둘렸다"고 분석했다.
도 장관 역시 문화비전 기조에 대해서는 문화의 본질에 대한 성찰, 문화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진보정부 10년과 보수정부 10년을 뛰어넘는 미래지향적인 문화정책, 사람의 생명과 권리를 중시하는 문화가 원리의 중심"이라고 했다.
특히 '사람'을 강조하는 표어 '사람이 있는 문화'에 대해서는 "세월호 재난을 겪으며 '이게 나라냐'라고 절규했던 사람들,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나라를 외쳤던 사람들, 희망을 잃어가는 미래세대,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국민의 창작·향유권을 침해한 국가에 대한 반성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문화비전2030은 ▲ 사람이 먼저인 문화 ▲ 비전과 미래의 문화 ▲ 공정과 상생의 문화 ▲ 문화자치와 분권 ▲ 여가가 있는 사회 ▲ 문화적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위한 문화정책 틀로 전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비전2030 기조의 3대 가치로서는 ▲ 자율성 ▲ 다양성 ▲ 창의성을 설정했다. 이 역시 국민의 문화적 권리, 즉 기본인 '문화기본법'에 기초한 핵심가치이다.
문화비전2030 8개 정책 의제로는 ▲ 개인의 창작과 향유 권리 확대 ▲ 문화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장 ▲ 문화다양성 보호와 확산 ▲ 공정 상생을 위한 문화생태계 조성 ▲ 지역 문화 분권 실현 ▲ 문화 자원의 융합적 역량 강화 ▲ 문화를 통한 창의적 사회 혁신 ▲ 미래와 평화를 위한 문화협력 확대를 내세웠다.
도 장관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들어 있는 생활 문화 개념이 법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닌 삶 속에서 향유하고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각 정책 의제는 문화, 예술, 콘텐츠, 미디어, 체육, 관광 등 분야를 포괄한다. 구체적인 대표과제들은 정책현장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공론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문화비전에서 제시한 의제들은 얼마든지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내년 3월께 구체적인 사업이나 정책이 나오는 거라면, 속도가 다소 느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도 장관은 "빠르게 가는 것보다는 바르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논의하고 토의하며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현재 콘텐츠, 관광, 체육 등 세부 분야별로 필요한 다양한 진흥계획들을 수립해 계속 발표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문화비전2030은 현 문재인 정부에 한정하지 않고, 2030년까지 중장기 문화정책 수립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