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있는 주민들의 모습에 의료팀들은 숨 돌릴 새도 없이 서둘러 캠프를 차렸다. 소아과와 내과, 외과 등 3개 진료과목에 약국이 꾸려졌다.
8개월 된 어린 아들을 안고 소아과에 들어온 럭시비 버리야르 씨(30세)의 표정이 심각하다. 네팔 선교사의 통역 도움으로 진찰과 처방이 이뤄졌다. 아기가 다행히 폐렴의 위기를 넘기게 됐다는 설명에 비로소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버리야르 씨는 “한 달 넘게 아이가 아파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늘 치료를 받고 나니 마음이 행복하다”며 의료팀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의료팀을 찾아온 마을 사람들 중에는 뼈나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동수단이나 도구가 많지 않아 무거운 짐을 지고 산을 오르내리는 등 직접 몸을 사용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다리가 아파서 3년 전 병원에 다녀온 이후 여전히 낫지 않아 찾아왔다는 둘로바하들 씨(75세)는 “주사를 맞고 나니 이젠 아프지 않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몰려드는 환자들 속에서 쉴 틈도 없지만 봉사자들은 마주하는 환자 한 명 한명을 정성껏 진료했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김순걸 집사는 환자들 마다 아픈 부위를 붙잡고 짧은 기도를 한 뒤 치료를 시작했다.
김 집사는 “환자들의 치료가 잘 되길 기도하는 것”이라면서 “하나님이 이들에게 은총과 치료의 능력을 베풀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날랑에서의 진료를 마치고 또 다시 차로 3시간여를 달려 이동한 곳은 고르카 남부 해발 2천미터의 산간마을 머커이싱이다. 마을 보건소에서 의료팀이 오기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날랑과 여지없이 똑같았다.
권혜령 전문의(가정의학과)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인데, 지금 폐렴이 의심되고, 구내염이 굉장히 심해서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무것도 없는 보건소 바닥에서 의료팀은 한쪽에 침대를 마련해 할머니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카트만두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의료보건NGO 로즈클럽인터내셔널이 기독의사 등 자원봉사자들과 네팔 산간지역을 돌아다니며 진료하는 ‘이동진료’ 봉사활동을 벌였다. 로즈클럽은 매년 1,2차례 네팔에서 이동진료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이번에는 날랑과 머커이싱, 더히레니 등 3곳에서 진료가 이뤄졌다. 이들이 만난 네팔 환자들의 수는 1천 명에 육박한다.
참가한 의료진은 모두 2년 전 네팔 대지진 당시 긴급의료봉사에 나섰던 이들이다. 자신의 생업을 잠시 내려놓고 자비량으로 네팔을 다시 찾은 거다.
권혜령 집사는 “하나님이 이들을 위로하고 만져주길 원하는 그 마음으로 네팔사람들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의료봉사를 나온다는 박정금 집사(소아과 전문의) 역시 “1년 간 모은 돈과 시간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라면서 “더 어렵고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영혼들이 있는 곳으로 봉사활동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부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네팔 산간 오지를 찾아온 로즈클럽인터내셔널의 의료봉사팀은 의술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들과 함께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