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도 이런 최준용의 다재다능함을 눈여겨봤다. 지난 시즌 1순위 지명권을 뽑은 유 감독은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203cm)과 최준용 중에서 깊은 선택의 고민을 하기도 했다.
최준용은 데뷔한 지난 시즌부터 주전을 꿰차며 두각을 나타냈다. 45경기 평균 29분48초를 뛰며 8.2점 7.2리바운드 2.4도움 1.1블록슛 0.9가로채기를 기록했다. 비록 신인상은 놓쳤지만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 시즌에는 부상을 당한 김선형을 대신해 포인트가드로도 뛰고 있다. 16경기 평균 30분56초를 뛰며 9.1점 6.1리바운드 4.2도움을 기록 중이다. 국가대표로도 나서 드롭존 수비의 핵심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최준용은 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전주 KCC와 홈 경기에서도 알토란 활약으로 팀의 연패 탈출에 큰 힘을 보탰다. 28분51초만 뛰고도 15점 11리바운드, 이날 양 팀 선수 중 유일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94-81 승리를 이끌었다. 공동 1위 맞대결에서 활약이라 더 값졌다.
이날 최준용은 1쿼터부터 약점이던 3점슛을 성공시키더니 연속 외곽포를 꽂았다. 2쿼터에는 상대 에이스 안드레 에밋의 슛을 블록한 뒤 나가는 공을 잡아 에밋을 맞춰 공격권을 따내는 기민함까지 보였다. 가드를 보면서도 상대 수비가 작으면 골밑을 파고들어 KCC를 괴롭혔다. 대접전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사실 이날 판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특히 3쿼터 막판 KCC 이정현의 득점이 공격자 파울로 인정되지 못하면서 승부의 추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KCC로서는 화가 날 만했다. 막판 잇딴 파울은 판정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고, 대상이 최준용이 된 셈이다. 최준용이 더 많은 경험이 있었다면 파악할 수 있는 흐름이었을 터.
경기 후 최준용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나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었는데 상대가 왜 거친 파울을 하는지 몰랐지만 내가 반응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잘 막아주신 것 같다"면서 "내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 감독은 "대표 선수인데 홈 팬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다"고 질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준용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선수다. 대표팀 경기 때는 큰 동작으로 박수를 치며 동료들의 사기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때론 특유의 승부욕이 지나쳐 종종 상대 선수와 충돌하는 모습이 나온다. 국내외 선수 두루 그렇다. 경기에서는 선후배를 떠나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것이 맞지만 과도할 경우는 동료 의식을 해칠 수도 있다.
비단 SK뿐만 아니라 최준용은 향후 10년 이상 한국 농구를 책임져야 하는 동량이다. 현재도 기량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다만 승부에만 매몰돼 주변을 보지 못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보다 넓게 농구를 바라보는 시야와 보다 유연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한국 농구의 대들보로 자라고 있는 '좌충우돌' 최준용의 성장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