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견제하는 경찰 필요…개혁위 "촛불민심도 반영"
경찰개혁위는 7일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검경 상호간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수사구조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인권 경찰 개혁 등의 전제 위에 검찰에게 집중된 권한을 경찰에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역시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 및 공소유지를 담당하도록 하는 경찰 수사권 독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을 뿐 아니라 새정부 국정과제에도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원칙으로 제시된 바 있다.
검찰이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비판은 지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재점화돼 촛불민심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요구로 분출되기도 했다. 실제로 현행 법체계에서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은 물론,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형집행권까지 독점하면서 외부의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는 성역이 된지 오래다.
개혁위가 검찰을 "정치적 표적수사와 별건 압박수사 및 무리한 기소권의 남용, 전관예우 등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개혁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검찰의 역할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기소권과 보완수사요청권을 갖는다. 수사지휘권과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의 '윗선' 자격이 없어지고 경찰수사를 사후 통제하는 권한만 갖게 되는 것이다.
◇ 경찰 수사권 독립 통해 무소불위 검찰 권력 해체가 명분
전현직 검사가 수사대상인 사건이나 검찰출신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의 경우,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정당한 사유 없이 청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왕왕 발생한다.
일례로 자택공사에 회삿돈을 끌어쓴 혐의로 경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에 의해 2차례나 반려되기도 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이 혐의를 확신하는 수준임에도, 조 회장의 변호인단에 합류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활약'이 통했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개혁위는 이에 따라 "누구에게, 어떤 종류의 영장을 청구하게 할 것인가"는 국회에서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입법사항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법 개정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규정을 삭제할 것과 개헌 전이라도 검사의 부당한 영장불청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 오래됐지만 진도 못나갔던 논의…경찰 '외부' 권고로 정당성 확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입으로 냈을 때는 정당성과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지만 헌법과 형사소송법 전문가, 언론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정리한 안은 깊이가 다르지 않냐"고 말했다.
수사권 독립 등 관련 내용이 헌법과 형소법 등 법 개정을 필수적으로 동반하는 사항인 만큼, 일정 상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될 개헌에 앞서 이런 개혁안이 나온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법무ㆍ검찰개혁위가 경찰개혁위의 이번 권고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아직 법무·검찰 검찰개혁위는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한 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경찰청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들이 마련됐다고 보고 수사권 독립에 대한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1월 국회 계류 중인 형소법 개정안 등을 검토해 최종 조정안을 도출하고 상반기에 관련법을 국회에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개헌 시에는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 삭제에 전력을 질주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권 분야와 자치경찰 개혁 분야 등 경찰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개혁위가 관련해 내놓은 안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수사권 독립의 필요성을 지적한 안이 나온 만큼, 대통령의 국정 과제를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속도를 더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