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본회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 차례 의원총회를 연 뒤 오후 9시 본회의 직전인 오후 8시부터 다시 의원총회를 열었다. 공무원 증원 규모와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한국당은 오후 10시 가까이 까지 의총을 이어갔다.
한국당이 본회의 시간을 넘기면서 의원회관에서 의원총회를 여는 동안, 국회에서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민주당·국민의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해 한국당을 기다렸다. 약 1시간을 기다린 이들은 9시 57분에 본회의를 속개했다.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의원총회를 끝낸 한국당은 '본회의에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로텐더홀에서 항의 성명을 발표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후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곧장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로 이동했다.
한국당의 돌연 '본회의장 난입'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권성동 의원 등 일부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 도착하자 이미 본회의가 속개된 데 대해 극도로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가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돌발 행동에 당황한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장 안에 안들어가기로 하지 않았냐. 막아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끼리도 자중지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급기야 한국당 의원들은 "2중대 국민의당은 빠져", "정세균은 사퇴하라", "밀실야합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히 김성태 의원은 의장석 가까이까지 올라가 의장의 단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모습을 보였다.
당내에서는 약 1주일 남은 차기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인 김 의원이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 아니냐는 내부 비판까지 나왔다. 예산안 처리 와중에 원내대표 경선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수라장이 계속되자 본회의는 30분간 정회됐고, 한국당은 본회의장 맞은편에서 다시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후 정우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제 1야당이 의원총회를 하고 있는데 본회의를 속개하는 걸 본 전례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예산안 반대 토론에 임하겠다"며 본회의장에 입장, 반대 토론을 이어갔다.
한국당의 막판 항의에도 불구하고 2018년도 예산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당은 끝내 표결에 불참했다. 한편 한국당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했던 법인세법 개정안의 경우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이 모두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행사했다면 부결시킬 수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분노에 휩싸인 한국당이 오히려 여당을 도와줬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