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 드디어 후쿠오카로 가다…두 김민섭과 따뜻한 연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김민섭 씨를 찾습니다. 후쿠오카 왕복 항공권을 드립니다."

10만 원에 구매한 후쿠오카 왕복 '땡처리' 항공권을 못 쓰게 됐다. 환불을 하려 알아보니 80%에 달하는 '수수료'가 등장했다.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2만 원 정도란다. 땡처리 항공권은 원래 그렇다고. 아니 이게 무슨… 2만 원 돌려받고 취소하느니, 이 표를 나와 이름이 같은 '김민섭' 에게 양도하면 어떨까.

작가 김민섭 씨의 '김민섭 찾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김 씨는 지난 11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 대신 후쿠오카로 떠날 '김민섭'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김 씨가 찾는 '김민섭 씨'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김민섭' 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한민국 남성일 것. 여권의 영문 이름 표기가 'KIM MIN SEOP'으로 되어있을 것. 평일 2박 3일 동안 혼자서 해외여행이 가능할 것.

(사진=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캡처)
순식간에 수백 개의 '좋아요'가 달렸고, 누리꾼들은 저마다 자신이 아는 '김민섭'을 태그하며 게시글을 공유했다. 10만 원짜리 항공권의 8만 원에 달하는 취소수수료 탓에 시작된 김민섭 찾기는 어느새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가 되어 있었다. 김 씨와 누리꾼들은 그렇게 나이도, 거주지도, 직업도 모르는 어딘가에 있을 김민섭 씨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리고 3일 만에, 후쿠오카로 떠날 김민섭 씨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93년생, 휴학 중인 디자인 전공생 김민섭 씨. 김 씨는 30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이 사실을 밝히며 "민섭 씨는 졸업전시자금을 모으느라 졸업 전까지 여행을 모두 포기하고 있었다고 해서 더욱 기쁘다"고 덧붙였다.

93년생 김민섭 씨가 나타나자 이때껏 모든 상황을 지켜봤던 몇몇 누리꾼이 김민섭 씨의 후쿠오카 여행에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어떤 이는 2박 3일간의 숙박비를 지원해주겠다고 했고, 어떤 이는 교통 패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93년생 김민섭 씨는 이를 지켜보며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83년생 김민섭 씨는 "저도 비슷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사진=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캡처)
10살 차이 '두 김민섭 씨'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함께 '스토리 펀딩'을 진행하며 따뜻한 연대를 이어나간 것. 작가 김민섭 씨가 글을 작성했고, 디자인 전공 김민섭 씨가 직접 그린 캐리커처를 리워드로 내걸었다. 22시간 만에 목표금액 백만 원이 채워졌다.

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스토리펀딩 링크를 공유하며 "펀딩의 수익은 93년생 김민섭 씨가 후쿠오카에 다녀오는 비용뿐만 아니라 졸업전시를 준비하는 데 지원된다. 그가 2박 3일간 후쿠오카에서 편히 쉬고 돌아와 자신의 미래를 따뜻하게 꿈꿀 수 있으면 한다"고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김 씨는 또 "처음에는 고작 2만 원만 돌려준다는 항공사가 얄미워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덧 올해 저에게 일어난 가장 즐겁고 따뜻한 일이 되었다"며 "그가 후쿠오카에 다녀오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의 어느 순간에서 믿을 수 없는 연대가 일어났음을 기억하고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단순히 여권의 이름이 같다는 것만으로 벌어진 이 이벤트가, 93년생 김민섭 씨를 비롯한 많은 청년들에게 힘과 위로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졸업전시자금을 모으느라 졸업 전 여행은 포기 상태였다던 김민섭 씨는 갑작스레 찾아온 이 행운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김민섭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행을 간다는 사실보다도, 대단할 것 없는 나에게 보내는 이들의 응원이 너무나 따뜻하고 행복하다"며 "잘난 것과 상관없이 내가 응원받았듯, 응원받아 마땅한 대단할 것 없이 소중한 보통의 삶들을 응원한다. 이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 즐거운 일을 만들어주신 김민섭 작가님, 후원자분들, 지인들, 저를 응원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여행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93년생 김민섭 씨는 오늘(5일) 3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로 향한다. 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민섭 씨를 여행 보낼 시간이 왔다"며 "모금된 스토리펀딩 후원금은 김민섭 씨가 출국하기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만나 직접 전달하고, 비행기 시간이 남으면 같이 커피를 한 잔 할까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씨가 자신의 항공권을 양도하려 한 것을 두고 한때 '자신의 항공권을 이름만 같은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이 가능한가'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씨 역시 "어느 분께서 '항공법상 금지된 일을 해서 험한 꼴을 당할까 걱정되는데, 왜 저런 무지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글을 올려주셨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자신과 이름과 성별이 같은 사람에게는 항공권 양도가 가능하다. 통상 여행사 예약시 입력하는 여권번호는 출발 3일 전까지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 이와 관련해 하나투어 조일상 팀장은 "사실상 '항공권 양도'라는 개념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성인이라는 조건하에 영문 이름과 성별이 같을 경우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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