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盧 논두렁 시계 보도', 8년 만에 진상조사에도 결론 '미비'

"국정원 개입 확인 못했다"지만 당시 사장-보도국장 조사 거부로 규명 실패

2009년 5월 13일 SBS '8뉴스'에서 3번째로 보도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 (사진='8뉴스' 캡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혔던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진상조사가 8년 만에 이뤄졌으나, 당시 사장-보도국장의 조사 거부로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못했다.

'논두렁 시계’ 보도경위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2009년 5월 13일 SBS 메인뉴스 '8뉴스'에서 방송된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 보도와 관련한 조사결과를 4일 발표했다. (링크)

앞서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지난 10월 23일 '논두렁 시계 보도'가 국정원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측근이었던 국정원 간부가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만나 '고가시계 수수' 건은 노 전 대통령 '망신 주기' 선에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10. 23. MB국정원 "盧 명품시계 언론에 흘려 망신줘라"…검찰에 지침)

조사위는 개혁위원회 발표 4일 후인 지난달 27일 꾸려졌고, 지난달 2일부터 이달 4일까지 34일간 활동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 SBS 시청자위원인 이희영 변호사, 심영구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 조기호 한국기자협회 SBS지회 부지회장이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조사위는 △SBS 보도정보시스템 기록 분석(2009년 5월 13일 해당 기사, 기획서, 취재정보, 상황판 등) △SBS 취재진 및 보도책임자 조사 △SBS 외부인 출입증 발급 및 출입기록 분석(2009년 4~5월) △타 언론사 혹은 관련자 조사 △대검찰청·국정원 개혁위원회 협조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벌였고,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국정원 개입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취재기자 이모 기자는 '논두렁 시계' 관련 취재원은 대검 중수부 관계자라고 밝혔다. 최초 취재원은 2007년부터 3년째 알아왔던 관계이며 그동안 취재원을 통해 들은 수사내용이 이후 확인취재하면 모두 사실이었기에 노 전 대통령이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전한 취재원의 말을 신뢰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5월 13일 오후 1시 51분 이모 기자가 SBS 내부게시판에 올린 당시 취재내용 (사진=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캡처)
조사위는 취재 및 보도 관련자 등 당시 보도라인에 있던 조사대상자 모두 국정원이나 국정원을 통한 임원진의 보도개입을 부인한 점, 외부인사의 SBS 출입기록만으로는 보도개입 판단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주목할 부분은 하금열 당시 SBS 사장, 최금락 당시 보도국장이 조사위의 조사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결국 국정원이 두 사람을 통해 보도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조사위는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이 기사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다"면서도 "조사를 거부하거나 때로는 기피하는 핵심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강제할 방법이 조사위에 없다는 점은 극복할 수 없던 조사의 한계"라고 자평했다.

하 전 사장과 최 전 보도국장이 조사를 거부해 국정원 개입 여부가 더 진전될 수 없던 점, 당시 검찰수사 총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2015년 2월 기사와 올해 11월 입장자료에서 '심증'만 제시했을 뿐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않은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조사위는 또한 취재와 보도 이후 8년 6개월이 지나 조사에 응한 관계자도 세밀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는 점, 대검찰청의 협조 거부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을 확인할 수 없던 점 등을 또 다른 어려움으로 꼽았다.

조사위는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지 않은 현실에서 검찰 관계자 발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취재관행이 문제"라며 "이번 보도에서 검찰 외에 다른 관계자 취재가 부실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논두렁 시계' 보도경위 의혹 자체는 조사위 조사에도 불구하고 명백하게 규명되지 못했지만 이번 조사가 지금도 언론이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는 검찰발 수사 속보와 단독보도의 취재관행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이하 SBS본부)는 보고서 발표 직후 성명을 내어 "강제 조사권이 없음에도 의혹 해소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 점은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논두렁 시계' 보도에 국정원이 개입했는지 아닌지를 명확히 가려내지 못했다"며 "조사 결과엔 크나큰 아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SBS본부는 하 전 사장과 최 전 국장에게 국정원으로부터 보도협조 요청을 받았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을, 국정원 개혁위에게는 확보한 모든 자료를 투명 공개해 진상규명에 협조할 것을,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도 국정원 개입 증거를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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