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인천해양경찰과 영흥도 어촌계 등에 따르면 사고해역은 밀물시 최대 폭이 500m지만 양측 암초 지역을 빼면 배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은 200~300m로 정도로 대폭 줄어든다.
특히 밀물과 썰물 때 수심이 9~10m 차이가 나는 곳으로, 썰물 때가 가까웠던 사고 시각에는 모래 언덕 등이 곳곳에 드러나 수로가 훨씬 좁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사고 해역은 주말 하루 새벽 50여대의 어선과 낚싯배가 드나들고, 급유선 등 큰 배들의 항로와도 겹쳐 새벽 운항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도로와 비교하면 사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특히 심야 시간대에는 속도를 낮추고 각별히 조심 운전이 필요한 구간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영흥도 어촌계 말을 종합해 보면 이곳을 오간 낚싯배들과 급유선들은 평소에도 얼키고 설켜 지나치면서도 서로를 위한 '안전 운항' 보다는 자기 갈 길이 우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흥도에서 40년 동안 낚싯배를 몰아온 김모(68) 씨는 "썰물때는 길이 좁아져 위험한데, 큰 배들이 다가 와서 피하려고 할 때면 식은 땀이 날 때가 있다"며 "상대방에게 신호를 주고 서로 조심해야 하는데 (급유선은) 수로도 상관없이 무조건 '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선장 박모(64) 씨는 "무전을 준다든지, 부저를 울려주면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는데, 아무것도 안하니까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며 "(대형 선박들을) 핵폭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거들었다.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해경에 긴급체포된 명진15호 선장 전모(37) 씨 역시 조사에서 "선창1호가 가까운 거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운항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선이) 알아서 피해갈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낚싯배들이 좋은 '포인트'(어군이 모여 있는 지점)를 선점하기 위해 무리하게 빠른 속도로 운항하는 경우가 잦은 것도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낚싯배 승선원들도 자신들의 과속 주행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었다.
영흥도 낚싯배 선장 이모(62) 씨는 "배낚시라는 게 손님은 늘어나고 포인트는 한정돼 있다보니 먼저 가서 고기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밟는 것"이라며 "낚싯배도 엔진이 점점 좋아지는데, 18~20노트라면 바다에서 날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귀뜸했다.
또 다른 낚싯배을 타는 장모(72) 씨는 "평상시에는 급유선들이 느리니까 빠른 낚시배들이 추월해 가는 게 보통"이라며 "이번 사고는 급유선이 뒤에서 받았다는 데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라고 의아해 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낚시배는 10노트로 달리고 있었고, 급유선은 12노트로 낚싯배보다 빠른 속도로 운항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역시 협수로라는 자연환경적 요소를 지적하면서도, 무엇보다 급유선과 낚싯배 운항자들의 '안전불감증'을 가장 큰 사고원인으로 꼽았다.
한국해양대학교 공길영 항해학부 교수는 "항법 규정을 보면 협수로 통과시에는 속도를 좀 낮추고, 일렬로 서서 가야지 평행하게 운행해서는 안 된다"며 "서로 협조된 동작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돌이 났기 때문에 쌍방 과실로 운항자의 인적 과실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