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라디오·뉴스·예능·드라마까지 전 장르에서 활약하는 작가들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간 '프리랜서'라는 미명 하에 구두계약, 원고료 지급 지연 등 각종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
지난달 11일 공식 출범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지부장 이미지, 이하 방송작가지부)는 지난 1일, 이우호-최승호-임흥식 등 MBC 새 사장 후보자 3인에게 공식 질의했다.
"MBC 자사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방송 산업에 종사하는 작가, 비정규직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을 갖고 계십니까?"라고.
◇ 방송작가들의 3가지 요구와 그 근거
방송작가지부가 지적한 현재 방송작가들이 처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담당PD와 구두계약으로 일하는 관행 때문에 일방해고를 당하거나 원고료를 받지 못하고 △드라마 작가를 제외한 방송작가 원고료는 방송 후 지급되는 점 △원고료 책정 기준이 모호한 점 등이다.
방송작가지부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송작가 처우 개선 방안'이라며 △서면계약서 의무화 △원고료 지급체계 현실화 △사회보험 확보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미국의 최저기본계약(MBA)에는 방송사와 일할 때 작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수백여 개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 방송 후 임금 지급'의 현 관행은 사전기획단계에 드는 비용 지급을 하지 않고, 방송이 취소·결방될 경우 노동을 제공해 놓고도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비판했다.
작가가 원고를 납품하면 프로그램 방송 여부와 상관없이 48시간 내에 원고료를 지급하고 어떤 경우에도 지급 기한 7일을 넘길 수 없도록 규정한 미국의 MBA와, 방송사에 출근해 근무할 경우 하루 근무수당을 주는 영국의 예시를 들어 원고료 지급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방송작가지부는 "가장 기본적인 산재보험 보장도 받지 못하고 정기적으로 일할 수 없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조차 가입돼 있지 않다"면서 '사회보장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방송작가지부는 작가협회와 계약을 맺은 모든 방송제작회사가 협회에 건강보험료 8.5%, 연금기금 6.0%를 부담해야 하는 미국의 MBA와 건설근로자공제회를 통해 12개월 이상 퇴직공제부금을 납부했을 때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있게 한 국내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사회보험 확보'의 배경으로 들었다.
◇ '비정규직 처우 개선' 공약한 세 후보, 어떻게 응답할까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완기, 이하 방문진)는 오는 7일 오후 최종면접을 거쳐 선발된 1인을 사장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우호-최승호-임흥식 세 후보는 지난 1일 개최돼 imbc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된 '사장 후보 정책 설명회'에서 '비정규직 노동환경 개선'을 공약한 바 있다.
이 후보는 TF를 구성해 비정규직 업무 현황과 근무 실태를 조사하고, 프리랜서 작가 및 출연자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며, '열정페이'를 타개하겠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는 '창작자들과 상생'하겠다며 방송 스태프 노동조건 개선, 표준계약서 도입, 비정규직 대표와 정기적 현안 협의, 독립제작사와 수평적 동반자 관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임 후보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실질 대책을 마련하고, 외주제작사에게 갑질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큰 기업의 갑질을 고발하면서 자신들은 경영을 앞세워 약자를 밟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방송사 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고 정책을 세우는 데에 한 사람의 예외도 없었던 만큼,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번 MBC 사장 공모는 서류전형 후보 압축부터 정책 설명회, 최종 면접까지 공개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내 구성원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MBC 사장 후보에 질문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었다.
시청자들은 세 후보 공통질문 혹은 각 후보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할 수 있다. imbc ID로 로그인해 질문 대상별로 한 ID당 총 2번씩 참여 가능하다. 접수기간은 오는 5일 정오까지다. (의견 접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