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은 北·美…'한미일 대 북중러' 新냉전 회귀하나

'할 만큼 했다'는 中·'전쟁에 가까워진다'는 美…혼돈 속 한반도

(사진=자료사진)
북한의 잇따른 무력도발을 제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강력 제재에 보조를 맞춰오던 중국이 추가 제재에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한반도 내 '한미일 대 북중러' 냉전구도가 재현될 조짐이다.

미국과 중국 간 북핵해법에 대한 이견이 부각되면서 한반도는 또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3일 북핵·미사일 도발 문제에 대해 "중국은 할만큼 했다"며 더이상 미국 등 국제사회가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직접적인 거부감을 표시했다. 때마침 러시아 외교장관도 최근 북한의 무력도발과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도발 이전까지는 대체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보폭에 맞춰가는 모습이었지만, 이처럼 미국과의 생각 차이를 뚜렷하게 드러내면서 갈등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북한의 지난 도발 이후 중러와 달리 해상수송 차단, 대북원유 공급 축소 또는 중단 등 한층 더 강화된 제재 카드를 꺼내들며 '강력 대응'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안 도출이 필요하다.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의 동의가 필수적이지만 의견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장 효과적인 대북제재안으로 꼽히는 원유공급 중단의 경우 전적으로 중국이 취해야 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미중 간 대북해법을 두고 계속해서 마찰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자신들이 주장하는 북핵해법인 쌍중단(한미연합 군사훈련과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동시 중단하는 것)을 강조하며 미국의 제재 움직임에 선을 그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한반도 안보정책을 구축하고 있고, 일본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재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북미 대화 등 대화 움직임에 다시 시동을 걸 계기가 지금으로서는 없는 상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원유 공급 차단 등 강력 제재로 인해 북한 정권 붕괴라는,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결과로 흘러갈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외교소식통은 "시진핑 2기를 맞이해서 더이상은 중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따르기만 할 수는 없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이 더이상 북한을 제재하는데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경우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조율의 역할을 해 나갈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대결 구도로 '강대강' 기류가 계속 이어지면 결국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 속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미국이 북한과 물밑 접촉이나 대화의 계기를 만들어내는지가 관건"이라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가능성은 아직 있다고 본다. 한미연합 훈련 일시 중단과 북한의 참여 등으로 미국과 중국, 각국이 원하는 최소한의 대화 선결조건이 충족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 일각에서는 대화의 기회가 생길 경우, 북한의 체제 붕괴나 안보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는 조치 등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4일 통일연구원 주최 국제 학술회의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대화가 열리면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토대로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기존과는 다른 창의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우려를 덜어주는 조치를 교환하는 방식의 '새로운 협상 구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같은 회의에서 "미국과 북한 간의 직접대화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해도 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동시협상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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