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꿈, 행복, 사랑, 그리고 그들이 처한 현실과 진지한 고민을 녹인 음악으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음악 팬들의 마음을 훔치며 싸이 이후 주춤하던 K팝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멤버들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며 전 세계를 뒤흔드는 음악을 만들고 있는 피독과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빅히트 수석 프로듀서 피독이라고 합니다. 저는 힙합을 베이스로 한 트렌디한 음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피독(Pdogg)은 프로듀서(Producer)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래퍼인 스눕독(SnoopDogg)의 (Dogg)을 합친 이름이에요. 'Dogg'은 멋진 녀석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데요, 한마디로 '멋진 프로듀서'라는 의미라고 보시면 됩니다."
-빅히트에는 어떤 계기로 합류하게 되었나요."
"스물다섯 살 때, 우연히 방시혁 대표님이 운영하는 작곡 관련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그곳에 곡을 올리기 시작 했어요. 당시 올린 곡들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됐고, 그 중 2~3곡이 에이트 음반과 임정희 씨 음반에 수록되면서 자연스레 빅히트에 합류하게 되었죠."
-빅히트라는 기획사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방시혁 대표님의 콘텐츠를 대하는 태도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콘텐츠가 좋아야 대중을 설득 시킬 수 있다'는 마인드가 확고하세요. 그렇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작업을 하는 편이시죠.
또한, 저희 회사에는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가수나 프로듀서들이 없어요. 방탄소년단 친구들만 해도 새벽 늦게 스케줄을 마치고도 작업실에 나와 아침까지 곡 작업을 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죠. 본인들이 정말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기에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 같아요. 직원들 역시 아티스트를 위해 애정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점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강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초기엔 랩하는 아이들로 구성된 팀을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내부 회의를 거치면서 힙합 아이돌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베이스는 힙합이되 멋진 퍼포먼스를 잘 소화하는 팀을 만들고자 했죠. 또한 10대, 20대 즉 아티스트 본인들 또래의 이야기를 담는 팀으로 기획했습니다."
-데뷔 전, 그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힙합에 대해 이해가 높은 멤버들도 있고, 아닌 멤버들도 있었기 때문에 우선 자연스럽게 힙합을 몸과 귀에 익힐 수 있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어요. 강압이나 주입식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좋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죠. 옛날 힙합부터 최신힙합까지 함께 듣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어요."
-멤버들과의 음악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곡마다 다르겠지만 우선 멤버들의 현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본인들의 현재 상태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틀을 잡아요. 주로 그것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작업을 시작하죠. 어떤 경우엔 제가 처음을 잡고 전 멤버들이 참여해 완성해 가기도 해요. 곡마다 제 각각이라 정해진 방식이라는 게 따로 없다고 보시면 돼요. 퍼즐에 비유하자면, 멤버들이 조각 하나하나를 만들어 놓으면 제가 좋은 것들을 찾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방탄소년단만의 차별점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멤버 전원이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또 열심히 해요. 게다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내기 때문에 거짓이 없다는 게 방탄소년단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이 있어 많은 팬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과 함께한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그리고 그 이유를 함께 설명해주세요.
"'아이 니드 유(I NEED U)'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업 당시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데인져(DANGER)'가 수록된 정규 1집이 기대보다 잘 되지 않으면서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정말 큰 고민을 했고 자신도 없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방시혁 대표님이 기다려 주셨죠. 그러한 찰나에 운 좋게도 '아이 니드 유'라는 곡이 나오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지금의 방탄소년단이 있게끔 해준 초석 같은 곡이라 애착이 갑니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해외에서 듣기에 비교적 K팝스럽지 않고 기존 팝과 비교했을 때 이질감 없는 사운드와 끝내주는 퍼포먼스가 결합되어 잘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데뷔 초에는 '힙합 아이돌'을 표방한 방탄소년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엔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힙합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생겨 큰 고충은 없지만 처음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부담감도 있지만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의 도전 과제가 주어졌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정말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해외 프로듀서들과의 협업에 대해서도 큰 고민은 없어요. 협업을 하더라도 방탄소년단만의 스타일로 녹여내는 작업이 병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죠."
-방탄소년단이 향후 선보일 음악에 대해 귀띔해주시자면.
"우선 '러브 유어셀프 승 허'가 새로운 시리즈의 첫 시작이었기 때문에 이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향후엔 방탄소년단이 놓인 상황과 멤버들의 정서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K팝이 지닌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멋지고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트렌디한 음악이 결합된 보고 듣는 음악의 완성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더 이상 언어가 음악 감상의 장벽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특히나 K팝은 퍼포먼스와 음악이 결합된 '보는 음악'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는 K팝이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을 받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느 특정 부류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팝송을 즐겨 듣듯 전 세계 사람들이 K팝을 즐겨 듣는 때가 오면 좋을 것 같아요."
-'자체제작 아이돌'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아이돌 음악은 특히나 퍼포먼스와 떼려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음악을 만들고 안무를 만드는 건 재능만 있다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최신 트렌드를 이해하고 섭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피독 프로듀서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사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어디든 동시에 같은 음악과 패션 트렌드를 보고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진 않아요. 다만,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 흐름을 읽고 잡아내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운드에 관심이 많고 그 부분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요. 좋은 프로듀서는 자신만의 사운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만의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죠. 80~90년대 아날로그 장비부터 최신의 것까지 다양하게 사용해 보면서 남들과 다른 사운드 메이킹을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음악 프로듀서가 지녀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 혹은 능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한다면 늘 하던 스타일의 음악만 만들게 되고 도태되기 때문이에요. 다른 한가지는 음악을 만들 때 이미지로 구체화 시킬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본인이 구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명확해야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듀서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합니다.
"장르 불문, 많은 음악을 들으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또, 프로듀서란 스타 뮤지션이 빛날 수 있게끔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좋은 점은 극대화 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본분이라 생각합니다. 묵묵히 뒤에서 스타 뮤지션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음악 프로듀서 역시 스타 프로듀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듀서로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스웨덴 출신 프로듀서 맥스마틴(Max Martin)처럼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 새로운 음악으로 대중을 설득시키고 싶고요. 제가 만든 음악에 많은 사랑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그래왔듯이 신선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멋있는 음악, 음반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