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과 리빌딩 사이' LG의 씁쓸한 겨울

LG 트윈스의 리빌딩은 고개를 숙였던 지난해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까? (사진=LG 제공)
넥센 히어로즈는 2년 연속 만장일치에 가까운 신인왕을 배출했다. 두산 베어스는 '화수분 야구'로 통한다. KIA 타이거즈는 김기태 감독 부임 후 리빌딩을 추진하다 최형우 영입 등 과감한 투자를 병행해 2017 프로야구 챔피언으로 우뚝 섰다.

LG는 2014년부터 리빌딩을 팀의 우선 가치로 내걸었다.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 2014년과 2016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LG는 리빌딩에 박차를 가했지만 팬심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젊은 선수를 육성한다는 목적 아래 '적토마' 이병규를 비롯해 이진영, 정성훈, 손주인 등 베테랑이 은퇴하거나 팀을 떠나는 과정이 LG 팬들의 눈에 매끄럽게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정성훈이 방출을 통보받았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손주인, 이병규(등번호 7번), 유원상, 백창수 등 즉시전력감을 잃었다. 그러자 팬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LG가 육성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에 비해 결코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 팀 공헌도가 높았던 선수들이 '허무하게' 팀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SNS에는 LG 구단의 결정, 특히 양상문 단장을 성토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추운 날씨에도 잠실구장 앞에서 LG 팬들의 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성적과 리빌딩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사로잡기는 어렵다. 프로 구단은 늘 어려운 선택을 한다. LG의 스토브리그 결정에도 나름 논리는 있다. 그 예로 1루수 정성훈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은 양석환, 김재율 그리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우타 거포 윤대영 등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정성훈은 2017시즌 200타수 이상 타석에 들어선 LG 타자 가운데 타율 3위(0.312), OPS 2위(0.828)을 올리며 높은 공헌도를 남겼다. LG가 이를 모를 리는 없다. 미래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팬심을 크게 자극한 건 사실이다.

올 시즌까지 LG를 이끌었던 양상문 단장. (사진=LG 제공)
LG 팬 사이에서 걱정이 커지고 불만이 쌓이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LG가 젊은 선수 육성에 성공한 사례가 크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양상문 단장이 지휘봉을 잡던 시절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인 유망주는 많지 않다. 게다가 LG는 2000년대 초반 대대적으로 시도한 세대교체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오랜 기간 '암흑기'를 겪었다. LG를 떠나면 야구를 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기기도 했다. 그만큼 리빌딩은 어렵다.

양상문 단장, 전 감독은 최근 4년간 팀을 두 차례나 가을 무대로 이끌었다. 그러나 팬심은 싸늘하다. 그만큼 리빌딩이라는 단어가 LG 팬에게는 민감한 이슈다. 베테랑에 대한 처우에 불만이 쌓이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유망주 육성 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가 양상문 단장이 추진한 리빌딩의 잠복기일 가능성은 있다. 오직 시간만이 답을 알려줄 것이다.

최근 양상문 단장의 휴대폰 번호가 공개돼 불만섞인 문자 폭탄을 받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화가 나도 남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유출하는 것은 지켜야 할 선을 넘는 행동이다. 정당화될 수 없다. 구단도, 팬도 더 합리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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