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카카오택시 '골라태우기' 여전히 'NO답'…승객만 답답

카카오, 단거리 콜 인센티브 도입…기사·승객 '실효성無' 근본적 개선 필요


'단거리 승객 승차거부' 논란에 휩싸여온 카카오택시에 대해 카카오가 묘책을 내놨다. 단거리 운행을 많이 한 택시기사에게 장거리 콜을 우선 배정해 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시작하기로 서울시와 합의한 것이다. 택시 기사들이 승객의 목적지를 따져 단거리는 피하고 장거리 콜만 받는 이른바 '골라 태우기'를 막으려는 조치다.

4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카카오택시 앱 배차 알고리즘을 변경했다. 10km 이내 단거리 운행을 많이 한 기사에게 10km 이상의 장거리 콜이 우선 할당되도록 수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단거리 승객 5~10번을 태우면 장거리 콜을 먼저 배차받는 식이다.

그렇다면 카카오택시 '단거리 콜' 인센티브제는 실효성은 있을까? 거리로 직접 나가봤다.

◇ "단거리 손님 안받는다" 골라태우기 근절 '일주일'…하지만 여전히 'NO답'

(사진 = CBS 김원유 기자)
배차 알고리즘을 변경했다는 24일을 포함, 일주일째 되던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9시 무렵, 서울 강남역 대로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빈 차'등이 켜진 택시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굳이 콜 택시를 부르지 않아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손님들은 택시를 잡고 떠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1시간쯤 지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강남역 사거리 길목에 하나둘씩 모여든 사람들이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회식을 마치고 온 길인지 직장인 무리도 쏟아져나왔다. 1시간 전과 확연히 다른 점은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 택시를 잡고 있는 것.

멀리서 봐도 이들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샛노란 바탕에 왼쪽 하단 까만 글씨는 '카카오택시를 호출하고 있다'는 걸 짐작게 했다.

이날 따라 서울 강남구는 영하 5도까지 내려간 터라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은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스마트폰을 쳐다봤다, 거리를 봤다 하면서 좀처럼 잡히지 않는 택시가 빨리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 갔을까? 취재진은 스마트폰 2대를 켜고 출발지는 같게, 목적지는 다르게 설정해서 직접 시험해봤다.

강남역 사거리 한 빌딩 앞에서 출발해, 목적지는 각각 11분 거리인 논현역 교차로, 30분 거리인 오목교역 5호선으로 해서 동시에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결과는? "호출 중"이라는 대답만 반복될 뿐, 둘 다 5분이 되도록 응답하지 않았다.

목적지를 아예 시외인 약 43분 거리인 인천 간재울초등학교로 지정해봤다. 호출 누르기가 무섭게 3초 만에 응답했다. (기사님 혼선 없도록 곧바로 취소했습니다.)

이날 강남역 사거리에서는 광화문이나 포천 방향으로 가려는 시민들도 택시를 잡으려 거리에 나와 있었지만, 응답없는 카카오톡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목동, 종로조차도 10시 이후엔 '단거리'로 치부되는 것일까? 카카오택시 이용객들은 평소 단거리 콜에 대한 인식이 어떨까? 배차 알고리즘이 바뀐 것은 눈치챘을까?

직장인 이송이(27) 씨는 "(카카오택시 단거리 콜은) 아무래도 잘 안잡히고 받았다 취소하기도 한다"면서 "청담에서 건국대쪽 갈 때도 안잡혀서 카카오블랙 불러서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블랙은 벤츠 E클래스 등 3000cc급 차량에 고급 택시 전문기사 교육을 수료한 기사가 운전, 기본요금이 5000원부터인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이다.


정성오 씨도 "연말에는 택시 잡기가 정말 힘들고 특히 단거리는 콜은 불러도 오질 않아서 그냥 먼저 취소할 때가 많다"면서 "(단거리 콜은)아예 오지 않을 줄 알고 단거리 콜은 잘 하지도 않는다 나가서 직접 잡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배차 알고리즘이 바뀐 것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체감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골라태우기'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엿보이나 실효성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 카카오 단거리 콜 인센티브 "실효성 없을 것"…"승차 거부는 택시 앱 문제 아냐"

카카오택시 기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7년째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기사 A 씨는 "야간에는 단거리 손님을 안 받는다기보단 우리 집 방향과 같은 동선의 손님을 고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기사용 앱에는 거주지 우선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거리에서 대기하다 손님을 거부하면 승차 거부가 되니까 골목 같은 데서 불 꺼놓고 기다리다가 카카오 콜이 오면 기사의 집과 같은 방향의 승객을 태운다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불법도 아니고, 자신도 집에 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마지막 손님을 태우고 가는 게 좋지 않냐"는 설명이다.

기사들은 승차 거부가 논란이 되는 것은 알지만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높은 사납금 제도 때문이다.

10년차 택시 기사 B씨는 "서울 법인 택시 사납금이 하루 13만 원 꼴인데, 이는 하루 평균 수입의 80% 이상"이라면서 "더구나 카카오택시는 콜비도 없어서 장거리를 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비가 오르거나 사납금같은 기사의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승차 거부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단거리 콜 인센티브' 조치는 서울시가 '카카오택시 승차 거부 근절안'을 카카오에 강력히 요구하면서 마련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접수된 택시 관련 전체 민원 1만 2000여 건 가운데 승차거부 관련 민원이 3331건이다. 이는 4915건의 불친절 건수에 이어 두 번째다.

카카오택시는 현재 택시 기사 10명 중 8명이 쓰고 콜택시 시장의 70%를 장악할 정도로 국내 최대 택시 호출 서비스로 꼽힌다. 그러나 카카오택시 호출 시, 목적지를 보고 장거리가 아니면 콜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카카오택시 기사들이 1~5㎞ 단거리 호출은 무시하고 고수익 장거리 손님만 태워 간접적 승차 거부를 일삼는다는 민원이 급증해 지난달부터 카카오와 대책을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승객을 태우지 않고 있는데도 상습적으로 콜을 받지 않거나 단거리 승차는 거부하는 기사에게 일정 시간 콜 배정을 하지 않는 '냉각기'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골라 태우기 성향이 있는 기사를 제재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 앱에서 승객이 목적지를 입력하는 기능을 아예 없애 달라고도 요청했다. 택시기사가 목적지 자체를 알지 못하면 승차 거부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승차 거부 억제 효과는 크게 없고 앱 기능만 저하할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잦은 카카오택시 승차 거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승객이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지브로' 앱을 별도로 만들었다.

택시 기사는 '시내·시외' 정도로만 알 수 있다. 인근 300m 이내의 빈 택시를 알려 줘 승객이 호출할 택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지브로를 이용하면 기사에게 콜비(주간 1000원, 야간 2000원)를 내야 한다. 운전기사가 콜을 수락하지 않으면 승차 거부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도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택시기사 C 씨 역시 "승차거부의 근본적인 문제가 카카오택시 앱이 생겨서는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카카오택시가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는 용도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승차거부 문제는 택시 앱이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다는 것.

그는 "만약 택시비가 인상되면 손님이 적어지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승차거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단거리) 손님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다른 손님이니까 태우지 않는 것이지, 단거리 인세티브 콜이니 지브로 앱이니 이런 걸로는 승차 거부 문제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인센티브제 도입이나 처벌을 강화하는 건 근본적 해결책은 못 될 것"이라며 "요금을 올리더라도 인상이 기사 수입 인상으로 직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업체가 사납금을 올릴 수 없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거나 장거리 운행이 수익에서 유리한 현행 택시 요금 체계를 수정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