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의 김모(58·여) 씨는 최근 들여놓은 연탄들을 바라볼 때면 걱정부터 앞선다. 예년 같으면 연탄으로 가득해야 할 연탄광이 올해는 3분의 2밖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당뇨와 척추협착증으로 방안에 누워있는 남편이 있어 항상 연탄을 떼야 한다"며 "병원비 감당도 버거운데, 연탄(값)마저 이렇게 많이 오르면 어떻게 겨울을 버텨야할 지 막막하다"고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무연탄 및 연탄의 최고 판매가격 지정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올해 연탄 최고 판매가격을 개당 446.75원에서 534.25원으로 87.5원(19.6%) 인상했다.
도매가 상승으로 소비자 가격은 연탄 1장당 최대 8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정부는 연탄을 사용하는 저소득층에는 추가 부담이 없도록 '연탄쿠폰'의 지원 금액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탄쿠폰 지원 금액은 기존 23만5천원에서 31만3천원으로 33.2% 올랐다.
하지만 연탄값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 가까이 오르면서 정부 지원만으로 겨울을 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실제로 '연탄쿠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연탄은 400~500장에 불과해 가구별로 많게는 1천장 가량 자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 씨 역시 연탄쿠폰 지원대상인 차상위계층에 속하지만, 겨울을 따뜻하게 나려면 연탄 1500여 장이 필요한데 올해는 1천장밖에 확보해 놓지 못했다.
더욱이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은 연탄값 상승이 누구보다 피부에 와 닿았다.
수원에서 13년 째 순대 장사를 하고 있는 명모(57·여) 씨는 식당에 연탄 난로를 설치했지만, 지난해 보다 100원 가량 올라 장당 700원의 연탄값은 고스란히 '자기 몫'이라며 하소연했다.
명씨는 "(연탄)값이 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너무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없는 사람들한테는 700원도 어려운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40년 간 연탄배달을 하고 있는 한모(60) 씨는 "배달하면서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다"며 "매년 연탄값을 올리는 것은 횡포에 가깝다. 서민용 연탄값을 해마다 20%씩 올린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연탄값 인상은 연탄 후원에도 직격탄이 됐다. 가뜩이나 연탄 후원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속에서 연탄값 상승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강원도 원주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2015년 521만장의 연탄을 후원받은 뒤 지난해 연탄가격이 70원 가량 오르며 305만7천장 후원을 받는 데 그쳤다. 1년만에 220만장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올해 또 연탄가격이 대폭 인상됨에 따라 후원이 더욱 줄어들까 걱정이 태산이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경기불황에 연탄값 마저 오르니 연탄은행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줄고 있다"며 "정작 연탄을 필요로 하는 불우이웃들은 매년 늘어 안타깝다. 일반 시민이나 기업들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자부는 연탄값 상승에 대해 탄광 생산여건의 악화로 생산원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 연탄 가격은 장기간 동결돼 원가와 판매가의 차이가 큰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정부의 복지 혜택 중에서 그나마 '연탄쿠폰'의 지원 범위가 가장 넓은 것으로 안다"며 "국내에서는 모두 생산자보조금으로 나가는데, 이것에 대한 지원은 저소득층에게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