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제작가이드라인, '자기 가족에게 보여준다 생각하고 만들라!'
- 사망사고 현장 지켜본 어린이에게 당시 상황을 묻다니...
- 장애 어린이 다룬 프로그램은 더 심각해,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12월 1일 (금)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언경 사무처장(민주언론시민연합)
◇ 정관용> 한 주간 언론의 동향을 살펴보는 미디어 포커스 시간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 오늘도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언경>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오늘은 방송에서의 어린이 보호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본다고요.
◆ 김언경> 네. 사실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특별히 시의성이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이번 주의 민언련 모니터에서는 국정원 개혁 방안 내놓은 거, 그다음 건설 노조의 집회 등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모니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제가 평소 미디어포커스에서 여러 번 지적했고 대체로 보수 진보 매체별로 차이가 분명하게 보이잖아요. 그런데 오늘 가지고 나온 것은 모든 언론이 비슷하게 하는 행태. 그야말로 관행적으로 해 오던 행태인데. 이게 과연 이대로 계속 관행이 이어지는 것이 적절한지 생각해 보자는 차원에서 어린이 인권을 제대로 지금 보호하고 있는가, 방송이. 이 문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먼저 문제제기 차원에서 TV조선의 보도 하나를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 정관용> 어떤 보도인데요?
◆ 김언경> TV조선이 11월 26일날 보도한 건데요. ‘낯뜨거운 모텔촌의 어린이 놀이터’라는 보도입니다.
◇ 정관용> 이런 보도 많이 있죠.
◆ 김언경> 어린이 놀이터 주변 모텔 등 숙박업소나 유흥시설이 설립되는 것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놀이터 근처에 이런 업소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사실 이 보도는 기본적으로 적절한 문제지적이죠.
◇ 정관용> 그렇죠.
◆ 김언경> 그런데 어린이들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이 보도가 정작 어린이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부적절한 인터뷰를 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 정관용> 어떤 인터뷰인데요?
◆ 김언경> 문제의 장면은 어린이 놀이터의 풍경을 이야기한 뒤에 시작이 되는데요. 기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해가 지자 공원 바로 뒤편에서 네온사인이 반짝거립니다. 아이들이 공원을 나서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 바로 이런 모텔촌입니다. 낯뜨거운 문구의 유흥주점도 보입니다’라는 설명을 하는 사이에 화면에는 아가씨 30명 대기 등의 문구가 적힌 유흥주점 간판을 비춘 자료가 나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이어서 노래주점 간판과 유흥가 풍경을 배경으로 깐 뒤에 그 옆에 별도의 작은 화면으로 ‘시끄럽고 신경 쓰여요. 문 열리는 소리도 신경 쓰이고’라는 어린이의 인터뷰가 등장을 합니다. 그러니까 어린이가 모텔촌에 대해서 물어서 한 대답인 거죠.
◇ 정관용> 그러네요.
◆ 김언경>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 어린이의 실명, 얼굴도 모자이크 처리도 안 됐고요. 어린이의 실명, 학교, 학년까지 모두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적시를 해서 방송에 나갔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과연 그런 인터뷰가 꼭 필요할까요?
◆ 김언경> 그렇죠. 저는 이것에 대해서 저희도 활동가들이랑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이 인터뷰가 어떻게 이루어졌을지 한번 상상해 보겠습니다. 기자가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를 향해서 ‘유흥가가 놀이터 근처에 있어서 어떤 느낌이 드니’라고 물었을 겁니다.
◇ 정관용> 그랬겠죠.
◆ 김언경> 그런데 어린이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부적절합니다. 만약 어린이가 질문의 의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게 무슨 질문이에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면 기자는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반대로 어린이가 너무 성숙한 답변을 내놨어요. 그렇다면 이것을 그대로 방송에 내는 것이 또 적절한지도 굉장히 의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성인이 그냥 판단해서 이것은 나쁘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담는 것이 적절하지 어린이의 느낌을 굳이 묻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요. 또 이 어린이 인터뷰는 해가 진 저녁 시간, 그러니까 밤 시간대로 보이는 시간에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이 시간에 어린이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에게 접근해서 이런 질문을 하고 이름과 학년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얼굴을 그대로 공개한 TV조선 기자가 과연 인터뷰 전에 보호자의 동의를 구했을지 의문입니다. 저희가 확인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방송을 본 부모님이 이 화면을 만약에 봤다면 짐짓 놀라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불쾌감을 호소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합니다. 혹여 보호자가 동의했다 하더라도 어린이 신상정보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이름, 학년, 학교 모두 공개한 것은 매우 부주의한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러네요.
◆ 김언경> 실제 이 보도에서는 대학가에 자리잡은 또 다른 어린이공원을 취재하면서 어린이가 아닌 어른의, 그러니까 인근 주민의 인터뷰를 담습니다. ‘너무 여기 모텔 이런 게 많아서 보기가 너무 안 좋아요. 걱정이 많이 돼요’라는 발언을 담았거든요.
◇ 정관용> 성인으로, 성인 인터뷰로.
◆ 김언경> 이 정도 인터뷰만으로 기자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데 굳이 불필요하게 어린이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해서 그것을 그대로 다 공개한 것은 이건 아니다 싶은 거예요.
◇ 정관용> 우리 방송심의 규정에 어린이 보호에 대한 규정이 있죠.
◆ 김언경> 네. 우리 방송심의규정에는 방송에 어린이 청소년 보호라는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사안보다 관련 내용이 많아요. 방송심의규정 제6절에 어린이, 청소년 보호라는 조항이 따로 있고요. 이 6절 안에 43조 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 함양 조항이 있는데 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좋은 품성을 지니고 건전한 인격을 형성하도록 하여야 하고 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을 해치는 환경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유익한 환경의 조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수용 수준, 출연,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방송, 생명의 존중, 성 표현, 재연, 연출 그리고 유료 서비스 관련해서도 모두 어린이 관련한 주의사항이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이처럼 어린이와 관련된 유의사항이 많은 것은 그만큼 방송이 어린이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 무방비적으로 노출된다는 것이고요. 방송에서 잘못 그려질 경우 그 피해가 정말 오래 간다는 것도 감안을 한 것이죠. 그런데 많은 방송 제작자들이 어린이에게 끼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방송 그림을 만드는 데 급급한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관행이었다, 이렇게 지적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지금 방송심의규정을 쭉 몇 가지 소개해 주셨는데 아까 김언경 처장이 과연 어린이 인터뷰 하기 전에 보호자 동의를 구했을까요라고 물었잖아요.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그런 규정 같은 건 없어요?
◆ 김언경> 방송심의규정에는 이런 보통의 인터뷰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심의 규정 제45조 출연이라는 조항이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 보면 방송은 범죄 피해를 당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피해 상황에 대한 인터뷰를 할 때는 보호자, 법정 대리인 또는 친권자의 동의를 받거나 입회하에 이루어지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 정관용> 범죄 피해를 당한 어린이일 경우만.
◆ 김언경> 그러니까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은 다른 어린이의 경우에는 꼭 해야 한다라는 규정은 없는 거죠.
◇ 정관용> 없네요.
◆ 김언경>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만들었다고 평가해도 될 만한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와 다르게 구체적인 지침이 있습니다.
◇ 정관용> 뭐라고요?
◆ 김언경> 제2장 방송 제작 실무지침 중에서 어린이 청소년 보호와 관련해서 보호자의 동의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여기 보면 ‘어린이와 인터뷰 하기 전에 부모나 법적인 보호자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 어린이는 어릴수록 자신의 의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어렵고 다루는 주제가 민감할수록 자신의 의사와 다른 결과에 이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부모와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만일 어린이가 수업 중에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면 학교 측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KBS에서는 자체 기자와 PD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분명히 밝혀놓고 있는 거죠. 그리고 또 여기 영향이라는 조항이 있는데요. ‘제작자는 어린이나 청소년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자신의 가족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내용이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해 항상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항시 방송에 노출되어 있고 무비판적으로 방송의 내용을 수용하기 쉽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KBS 제작 가이드라인이 잘 되어 있는데 실제로 KBS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방송사가 이런 조항을 거의 모르거나 지키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 정관용> 자신의 가족에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만들어라, 이런 거죠?
◆ 김언경> 네.
◇ 정관용> 그 똑같은 예로 그러니까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자기 아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런 인터뷰를 했을까.
◆ 김언경> 그러니까요.
◇ 정관용> 이렇게 생각해 보면 되겠네요. 그리고 이번 지진 관련된 재난 보도에서도 불필요한 어린이 인터뷰를 했다고 지적했던데요, 민언련의 보고서에 보니까.
◆ 김언경> 저희가 최근 발표한 포항 지진 관련 보고서가 있었는데요. 사실 이 보고서는 어린이뿐 아니라 이재민을 그리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뭐냐면 이 추운 날씨에 집에서 편히 쉬지 못하고 대피소에서 한데 잠을 자고 컵라면 같은 것을 드시고 굉장히 정신적으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카메라가 이들을 너무 가까이 폭력적으로 들이대고 있는 것을 저희가 지적을 했거든요. 방송심의규정과 재난보도 준칙에는 이런 행위를 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방송심의규정 제3절의 2항에 보면 방송은 피해자 또는 그 가족이나 시청자의 안정 등을 저해할 수 있는 다음 각호의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면서 여러 가지 내용들을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은 피해자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음성, 영상 등을 촬영에 대한 사전 동의가 없거나 방송에 대한 피해자 등의 의견이 반영되지 아니한 내용,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공개로 그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내용, 그밖에 피해자의 인권이 침해가 될 우려가 있으면 방송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지난 세월호 때 굉장히 재난 보도 준칙이 없어서 문제다라는 지적이 많았잖아요.
◇ 정관용> 그랬죠.
◆ 김언경> 그래서 세월호 이후에 2014년 9월 16일에 한국신문협회, 방송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재난 보도 준칙을 개정했습니다. 이 준칙에 보면 15조 ‘선정적 보도 지양이라는 조항에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도 자제한다.’ 그리고 18조에 피해자 보호조항이 있는데 ‘취재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하고요.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미성년자 취재 조항에 있는데 ‘13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취재를 하지 않는다.’
◇ 정관용>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
◆ 김언경> 네.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치를 이번 포항 지진에서도 취하지 않았다라는 것이 지적이 됐습니다.
◇ 정관용> 구체적으로 어떤 방송이 그랬습니까?
◆ 김언경> 일단 MBC에 11월 20일 ‘여진 공포 속 첫 등교, 이재민 막막’이라는 보도 속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친구들 표정이 무서워하는 것 같았어요. 건물이 무너지면 친구들이랑 다쳐서 못 나올까 봐’ 등의 인터뷰를 하는 것이 보여졌습니다. 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꼭 이런 장면이 필요했던가 묻고 싶고요. MBC는 이런 어린이 인터뷰에서 모두 얼굴을 그대로 노출을 했습니다.
◇ 정관용> 모자이크 없이.
◆ 김언경> 네. JTBC는 11월 20일 ‘초등학생 마음에 남은 지진’이라는 보도에서 아이들에게 지진은 공포 그 자체였다면서 불안감을 표하는 초등학생의 얼굴과 목소리를 그대로 나열을 했습니다. SBS는 블러 처리를 했습니다. ‘어린이들 지진 트라우마’라는 21일 보도에서 어린이들의 인터뷰를 담기는 했지만 최소한 해당 아동의 얼굴을 블러 처리하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이런 보도 중에서는 TV조선이 오히려 좋은 보도 행태를 보였습니다.
◇ 정관용> 이번에는?
◆ 김언경> TV조선은 ‘학교 가기 겁나요. 첫 등교 불안’이라는 20일 보도에서 학부모와 학교 교장 등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만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TV조선 보도만 보더라도 충분히 지진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안감,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전달이 되거든요.
◇ 정관용> 그럼요.
◆ 김언경> 그래서 ‘어린이 인터뷰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자의 동의를 얻는다’라는 것을 좀 명심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그동안 우리 언론에서 어린이 인권 관련해서 부적절한 보도를 했던 사례들이 많이 있었습니까?
◆ 김언경> 저는 인권 관련 모니터에 관심이 많아서 좀 많은 기억이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좀 소개드리려고 찾아봤습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만 하도 기억에 남아서 지적을 해 보면 2001년 7월에 KBS와 SBS에서 저녁 종합뉴스에서 충북 진천의 한 하천에서 물장난을 하다가 깊은 곳에 빠진 친구를 근처에서 놀던 초등학생 3학년들이 구해낸 사건을 보도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물놀이하다가 친구들이 물에 빠졌는데 친구들이 구한 거예요. 이 과정에서 두 방송사는 죽음의 문턱을 넘은 두 명의 어린이들과 이를 구조한 어린이들을 직접 사고현장에 세워놓고 사고 장면을 재연하는 그런 보도를 했습니다.
◇ 정관용> 사고 현장을 재연해요?
◆ 김언경> 그러니까 어떻게 구했는지를 재연한 거죠. 인간띠처럼 손을 잡고 물에 들어가서 구했거든요. 특히 SBS는 구조된 두 어린이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했고요. 얼굴을 클로즈업한 채 인터뷰를 시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된 어린이는 아주 어리다 보니까 그때는 그 카메라가 온 게 매우 신기했는지 그냥 막 즐겁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사실 한 명은 구조가 되지 못하고 죽었거든요, 현장에서.
◇ 정관용> 그래요?
◆ 김언경> 네. 그래서 눈 앞에서 친구가 죽어가는 것을 바라봐야 했던 어린이들의 상처와 충격을 무시한 채 이런 취재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 매우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인 취재라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백보 양보해서 전원을 다 구조했다면 그럴 수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참 대견스러운 일이니까. 그런데 희생자가 있는데도 그렇게 했다?
◆ 김언경> 그러니까요.
◇ 정관용> 정말 납득하기 어렵네요.
◆ 김언경> 그리고 또 하나 이런 일이 있었는데 2006년 5월 5일에 어린이날이었는데 에어쇼 도중 사고로 공군 특수비행팀의 김 모 대위가 탄 비행기가 추락 폭발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보도에서도 어린이들에게 인터뷰를 합니다. 그래서 SBS 에어쇼 항공기 1대 추락이라는 보도에서요. 13살 어린이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인터뷰를 시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날다가 비행기가 내려가다 올라갈 줄 알았더니 갑자기 떨어지더니 추락하면서 불이 번지더니’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다른 방송사는 모두 이 인터뷰를 성인이 하거든요. 사고로 사람이 죽는 것을 직접 본 아이거든요. 그럴 때는 굳이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와 비슷하게 실제 학교에서 사고로 어떤 어머니가 소방훈련하다 떨어져서 죽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도 예전에 그냥 어린이의 인터뷰를 바로 실은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어린이에게 그 상황을 기억해서 설명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정적이다. 그래서 그런 인터뷰는 하지 말기를 권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냥 단순 어린이뿐 아니라 장애아 관련된 인터뷰는 더 심각합니다. 장애아를 돕는다는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에서 장애아나 또는 빈곤에 대해서 부적절한 묘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가장 기억 나는 것은 2006년 SBS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성미의 은행나무’라는 코너가 있었어요, 방송이 있었는데 여기서 13살 장애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어린이가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어린이였고요. 배를 이용해서 밀어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학교 생활도 하지 못하는데 이 어린이가 혼자서 숙제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얼굴에서 촬영하는 게 아니고 일부러 위에서 큰 톱앵글로 그 어린이가 기어 다니는 모습을 계속 잡습니다. 그리고 어린이가 침대에 손을 대어 힘들게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을 엉덩이 쪽에서 화면을 잡아요. 그러니까 계속 어떻게 해서든 이 아이의 장애 상태를 부각하는 화면을 만듭니다.
가장 충격적인 건 할머니가 어린이가 집이 너무 불편하게 생겨서 화장실이 없어요. 그래서 양동이에 대소변을 이 아이가 보는 상황인데 그것을 할머니가 치우면서 굉장히 화를 내시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때 ‘그래도 13살 숙녀에게는 언제나 창피한 순간이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오고요. 침대에 팔 위로 얼굴을 파묻고 창피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아이가 이러한 모습이 창피해한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아이가 엉엉 우는 장면에서조차 엉덩이 부분을 잡아서 보여주는 이런 화면을 연출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보기에는 아무리 아이를 돕는, 장애아를 돕는 방송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장애를 부각하고 아이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 방송은 적절치 않다. 말로만 어린이 보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아예 제작 과정에서부터 각종 사건사고 보도에서부터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어린이 인권을 생각하고 접근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 정관용> 차제에 모든 방송국들이 한번 어린이를 어떻게 취재하고 보도해야 될지에 대해서 심사숙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정관용>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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