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재개에 대북인도지원 어쩌나

북핵 엄중성·인도지원 시급성 사이에 낀 정부

북한이 새로 개발한 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부가 8백만 달러 규모 대북인도지원의 집행 시기를 놓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북한이 화성 15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적어도 연내에는 대북인도지원을 집행한다는 방침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국제 사회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의 임산부와 아동을 위해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 등 국제기구를 통해 8백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 지난 9월 21일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몰아치기식 핵·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북인도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해 매우 어렵게 이뤄진 지원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제사회의 차가운 여론을 의식해 지원 결정을 한 뒤 두 달을 넘기면서도 선뜻 집행에 나서지는 못했다.

집행시기를 저울질하던 정부는 최근 북한이 70일 넘게 도발을 멈춤에 따라 적어도 올해 안에 국제기구 지원을 집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번 주 초 미국과 일본 등에 이런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미국을 방문한 천해성 통일부 차관도 지난달 27일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을 면담하는 자리 등을 통해 이런 입장을 미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시 변수가 생겼다. 북한이 29일 신형의 ICBM급 미사일 ‘화성 15형’을 시험 발사하며 도발을 재개했다. 아무리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별개라고 하지만, 국제사회에 미온적인 기류가 조성된 것이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과 관련한 질문에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며 답변을 피하는 동시에 대북 압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일본 산케이신문은 1일 "미일 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국제사회에 강조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실시는 한미일의 협력에 물을 끼얹을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원 결정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고 다만 시기는 향후 상황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방침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구체적인 공여 시점에 대해서는 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북인도지원이 북핵 문제의 엄중성과 인도 지원의 시급성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그럼에도 통일부 내에는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인도지원을 이미 결정한 이상 올해를 넘기는 것은 모순이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올해 국제기구 지원 집행을 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어떤 결정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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