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돌아온 MBC 박경추 아나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

[노컷 인터뷰] '시사토크 이슈를 말한다' 새 진행자 박경추 아나운서

파업 중단 후 MBC '시사토크 이슈를 말한다'의 새 진행자로 돌아온 박경추 아나운서 (사진=본인 제공)
1일 오전, 박경추 MBC 아나운서는 시즌2로 새단장한 '시사토크 이슈를 말한다'의 녹화를 진행했다. 얼마 만의 복귀인지 묻자 "2011년 11월 이후 제작 프로그램은 처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장겸 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요구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의 파업이 지난달 15일 잠정 중단됐다. 이틀 전 김 사장이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완기, 이하 방문진)에서 해임됐기 때문이다.

73일이 걸렸다. 가장 먼저 예능이 정상방송되기 시작했고 각 부문별로 조직을 추스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아나운서들의 '복귀' 소식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흐름 중 하나였다.

박 아나운서는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이 맡았던 MBC '시사토크 이슈를 말한다'의 새 진행자로 돌아와 3일 오전 7시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첫 녹화를 마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박 아나운서를 만나 복귀 소감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늘 녹화 어땠나.

라디오는 변창립 선배님(* 11월 20일부터 '시선집중'의 새 진행자가 됐다)이 먼저 하셨는데 TV로는 첫 복귀라서 부담이 있었다. 이전 진행자가 신동호 아나운서라는 부담도 있고. 막상 하니까, 또 방송 잘하시는 김미화 씨여서 되게 편안했다.

▶ '이슈를 말한다'는 오는 3일부터 시즌2로 재정비해 방송을 시작한다. 어떤 부분이 바뀌었나.

그동안은 한 이슈에 대해 찬반 혹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앉혀 했던 걸로 안다. 이제는 '사람'에 집중해 꼭 어떤 이슈만이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블랙리스트'에 있었던 분들이 나올 예정이다. (기자 : 다음주도 그런가?) 조정래 선생님이 나오신다.

(블랙리스트 명단만으로 방송을) 1년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제작진 얘기로는 원래 없애려고 했는데 아쉬운 마음도 있고 프로그램이 오명 쓰고 끝나는 것 같다며, 새롭게 마무리를 잘 해 보자고 제안했다. 처음엔 부담됐지만 의도가 좋아서 함께하게 됐다. 저도 블랙리스트니까 (웃음) 오랜만에 MBC에 얼굴 비추는 사람들을 만나보자는 취지였다.

▶ 그럼 앞으로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던 분들이 나오나.

아직 뭐가 정해진 건 없지만 당분간은 그렇게 할 것 같다. (다른 분들도) 섭외 중인데 나와줄지는 모르겠다. 사실 '블랙리스트'로 언급되며 (고정된 이미지로) 규정되기를 원하는 연예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예전 이야기를 들춰내는 걸 좋아하는 분도 그리 많지 않을 거고.

▶ 오늘 첫 녹화에서 김미화 씨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

전반적인 얘기를 다 했다. 예전 'KBS 블랙리스트 사태'부터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하차하고 나서 어떤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오늘은 밴드를 하시는 남편분이 오셔서 직접 연주도 해 주셨다. 분위기가 재즈카페 같았다. 무척 좋았다.

▶ 방송사에서 벌어진 블랙리스트 사태를 그 방송사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반성'의 의미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제가 클로징에도 이런 얘기를 했다. "'MBC가 예전의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가기 위해서 시청자들이 사랑해주는 방송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한 축으로 '시사토크 이슈를 말한다'가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자아비판, 반성이기도 하다.


박 아나운서의 방송 복귀를 축하하기 위해 1일 오전 녹화장을 찾은 동료들. 가운데가 박 아나운서 (사진=본인 제공)
▶ 복귀 소식에 주변에서도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았을 것 같다.

오늘 동료들이 케익 갖고 (녹화장에) 왔었다. (웃음)

▶오랜만에 방송에 나온다는 거에 대해 걱정은 없었나.

전 그냥 어떻게 되겠지, 했다. (웃음) 먹고 사는 건데 이거 못하면 그만둬야죠. (웃음)

▶ 그간 부당전보됐던 아나운서들이 파업 중단 이후 아나운서국으로 돌아오긴 했으나, 공식적으로는 라디오국 소속이다.

(아나운서국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저는 그간 라디오편성사업부에서 라디오 운행 등 편성 업무를 해 왔다.

▶ 파업 중단 후 아나운서국 분위기는 어떤가.

특히 후배들이 의욕이 되게 많아진 것 같다. 과거는 일방통행 식이라고 할까, 위에서 시키는 일 무조건 해야 되고 비합리적인 일도 많았는데 지금은 협의를 통해서 하고 있으니까. 그 친구들이 파업했을 때 그런 얘기했다. 아나운서 조직이 참 좋다고 해 들어왔는데 자기들은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앞으로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더라.

▶ 이번 파업은 몇 번째인가.

잘 모르겠다. 정확하진 않지만 파업한 거 다 합하면 1년쯤은 되지 않을까. (웃음)

▶ 올해 파업도 70일을 넘긴 긴 파업이었다.

이번 파업은 그래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다른 때보다 훨씬 컸다. 그래서 조금 더 사람들이 힘을 발휘했던 것 같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전면적으로 다 (파업을) 했던 게 그나마 70일 정도에서 끝낸 요인이라고 본다.

서울 마포구 상암MBC 1층 로비에 세워져 있는 현수막에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 김장겸 사장 해임되고 파업이 중단됐는데 그때 기분이 어땠나.

(김 사장이 해임되던 날) 저녁에 파티를 했다. 그때 김정근, 최현정, 오상진 등 그만둔 친구들이 왔다. 좋으면서 씁쓸했다. 함께 기뻐해야 될 친구들인데 MBC에 같이 있지 못하니까.

▶ 신임 사장이 오고 경영진이 꾸려져야 조직 안정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 사장 후보 정책 설명회가 있었는데.

딱 그 시간에 녹화했다. (웃음) 우리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추구하는) 방향이 대부분 비슷해서 어떤 분이 되어도 괜찮다고 본다.

▶ 신임 사장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모두들 똑같을 것 같다. 일단 내부정리, 대외적으로는 다시 MBC 위상 세우기, 이것 아닐까. 내부정리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워낙 앞선 경영진이 해 놓은 게 많아서 그걸 다 수습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몇 년 걸릴 거라고 본다. 새 사장이 온다고 내년부터 적폐 싹 없어지고 완벽하게 새 시스템이 갖춰질 거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긴 시간을 들여야 부작용도 작을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한편에서는 '너희들 다 월급 받으면서 조용히 산 것 아니냐. 왜 피해자 코스프레하느냐'라고 한다. 그런 말에도 딱히 변명할 수 없는 입장이니까 그 부분을 해소시키고 등 돌린 시청자들 끌어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할 우리의 숙제다. '저는 피해자니 이렇게 봐 달라'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보고 다시 진실된 마음으로 호소하면 시청자들이 받아주지 않을까. 예전의 MBC를 바라보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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