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다'×'초행'은 어떻게 韓 영화 문법을 탈피했나

(사진=영화 '돌아온다' 스틸컷)
한국 상업 영화의 문법을 벗어나 인간 관계 속 아픔과 성장을 그린 영화들이 탄생했다.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이들 영화의 작품성을 알아 보고, 국내 개봉을 앞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영화 '돌아온다'(감독 허철)는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허철 감독은 30일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처음 연극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던 때를 회상했다.

허 감독은 "별달리 큰 사건이 없는 막걸리집 이야기인데 연극을 5번 보면서 엄청나게 울었다. 뭔가 특별한 플롯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날까 생각했는데 감정 때문이라고 느꼈다"고 영화화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영화의 배경은 외딴 곳에 있는 평범한 막걸리집이다.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어 마음 속에 저마다 다른 색의 그리움을 품은 사람들이 하나둘 씩 모여든다.


베일에 싸인 막걸리집 변사장 역의 김유석은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시나리오를 읽고 난 다음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대어를 낚은 느낌이었고, 이 감정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 작품을 하면서 오래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 감상을 이야기했다.

평화로운 이 막걸리집에 서울에서 온 비밀스러운 여인 주영이 등장한다. 아픈 그리움을 품은 주영은 크나큰 상실을 겪으면서 그 안에서 성장해나가는 캐릭터다. 첫 주연작을 맡은 배우 손수현이 주영의 섬세한 심리를 그려나간다.

손수현은 "악의 없이 순수한 캐릭터들의 마음이 전해져서 슬펐던 영화"라며 "그리움을 인해 생겨나는 분노와 반항 그리고 용서를 표현하고 싶었다. 실제의 난 무언가를 상실해 본 기억이 별로 없지만 언젠가는 잃을 게 많아질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부모님을 유독 많이 떠올렸다"고 연기하며 갖게 된 생각을 밝혔다.

가슴 속 텅 빈 공간을 그리움으로 채우고 싶었다는 허철 감독의 바람은 결국 영화를
통해 이뤄진 듯 하다. '돌아온다'는 흔히 볼 수 있는 국내 영화의 감성을 초월해 그리움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애닮게 풀어낸다.

허철 감독은 "연극 공연을 한 때가 2015년이었다. 당시 한국의 시대적 상황도 그랬고 국민들의 가슴 속이 비어있는 상태라서 보편적인 감성을 옮기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진=영화 '초행' 스틸컷)
'초행'(감독 김대환)은 인간관계, 그 중에서도 남녀 관계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이뤄진 작품이다.

영화는 결혼과 연애의 가치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오래 동거한 연인들이 '결혼'을 향한 초행길을 걸어가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이 펼쳐진다.

연출을 맡은 김대환 감독은 30일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결혼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촬영은 순서대로 했지만 즉흥적으로 감정을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했다"며 "동선이나 대사도 정해진 게 없어 즉흥적인 연기가 대부분이었고, 카메라도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동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핸드헬드 기법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이야기처럼 방송국 계약직 지영 역의 배우 김새벽과 미술강사 수현 역의 조현철은 유연하게 호흡을 맞춰나가며 오랜 연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힘썼다.

김새벽은 "찍으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이 당연히 쉽지 않았다. 리허설을 많이 했는데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게 막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뭐든지 서툰 두 연인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불안정한 현실에 시달리며 연애도 결혼도 신통치 않은 모든 젊은이들 말이다.

김새벽은 "아마 극 중 두 사람의 불안한 마음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조현철은 "제목처럼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고 부족했지만 인간은 어차피 다 풋내기다. 영화를 보고 너무 불안해하지 않고 용기 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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