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장기소액 연체 채권과 관련한 소각 방안뿐 아니라 대부업체와 금융회사 등 민간이 보유한 채권에 대해서도 매입후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가 파악한 이런 민간 보유 장기 소액 연체 채권은 대부업체에 1.1조 원 어치(35만 4천 명), 금융회사와 자산관리회사(AMC)에 9천억 원 어치(28만 1천 명)가 있어 모두 2조 원어치에 달하고 대상자가 63만 5천 명에 이른다.
이런 민간 부문의 장기소액연체자는 본인이 신청하면 '면밀한 상환능력 심사후'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해당 채권을 사들인 뒤 즉시 채권 추심을 중단하고 최대 3년이내에 채권을 소각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여기 필요한 재원은 금융권의 출연금이나 시민사회단체의 기부금으로 마련하겠다고 금융위는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한시적으로 비영리 재단법인을 설립해 재원을 끌어들이고 민간이 보유한 장기연체 채권 매입과 소각을 담당하는 기구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기구에 과연 금융권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얼마나 기부를 할지 가늠할 수 없어 재원 규모가 불투명한 상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얼마나 될 것이라고 말씀 드릴 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단체 등에 서민 금융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행복기금의 약정채권 매각 후 지급받는 대금을 자발적으로 기부해달라고 이미 간곡히 호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이런 기부 요청에 대해 '팔 비틀기'라는 불만이 제기될 공산이 커서 당국으로선 적극적 독려를 하기 힘든 입장이다.
재원이 어느 정도 마련되더라도 대부업체들이 보유한 1조 원 이상의 장기소액채권을 매입하는 일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대부업체들은 장기연체채권을 액면가보다는 훨씬 싼 가격에 사들인 뒤 추심을 통해 최대한 돈을 회수하고 다시 이 채권을 다른 추심업자에게 넘겨 이득을 본다.
따라서 정부가 이런 채권을 싸게 넘기라고 요청할 경우 반길 리 없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아직 정부로부터 협의 요청이 없어서 공식 논의는 해 보지 않았지만 정부의 장기소액채권 매입 방침에 대해선 회원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대부업체들과는 이제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매입 가격이 어떻게 될지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대부업체 같은 경우 보유채권 일부가 회수된 경우도 있고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개별 채권의 가치를 따져서 가격 협상은 불가능하니 대부업체 보유 채권 전체에 대해 취득가가 얼마고 현재 회수금이 얼마니까 어느 정도면 매각하라고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대부업체들로선 최대한 매입가를 높이려 할 것으로 보여 정부입장에서
매입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어려움들과는 별개로 이번 대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도덕적 해이 또는 형평성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빚진 사람들을 죄인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한 사회문화 환경에서 장기소액연체자 구제 정책에 대해 '버티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거냐'는 식의 비판이 고개를 들 공산이 크다.
최종구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도덕적 해이 문제는 정말 다시 한 번 간곡히 이해를 부탁드리겠다"며 "도덕적 해이만을 생각하면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를 전혀 할 수 없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그렇고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도 그런 시비가 뒤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문제들에 비해 장기소액연체자들에 대한 지원 필요성은 훨씬 크다. 현실적으로 도저히 자기 힘으로 채무를 상환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방치하는 것은 이런 고통에 가까이 가보지 않은,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들의 또 다른 도덕적 해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