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번지는 '제2의 민호'…투신하고 손가락 절단

안산서 직원에게 욕설 듣고 자살기도, 인천서 조리 실습하다 손가락 절단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현장실습생 추모 촛불집회 (사진='제주 19살 실습생을 추모합니다' 페이스북 캡처)
제주 산업체 현장 실습 도중 숨진 고(故) 이민호(18)군에 이어 이번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현장 실습을 하던 학생이 회사 옥상에서 투신한 사실이 확인됐다. 비슷한 시기 인천에서도 실습생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9일 경기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10분쯤 안산의 A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18)군이 현장 실습을 하던 급속업체 S사 4층 옥상 에어컨 실외기에 올라간 뒤 투신했다.

박군이 S사 주차장 부근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모습을 외근 후 복귀하던 S사 직원 이모(37)씨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이씨는 "회사에 복귀해 주차를 하던 중 '쿵' 하는 소리가 들려 차에서 내려 확인해보니 박군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박군은 공장 건물 앞에 있던 화물차 위로 떨어지면서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머리 등에 중상을 입고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또 최근 수술을 받고 의식을 되찾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군은 투신 당일 오후 5시44분쯤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17분 동안 통화를 했다.

이 과정에서 박군은 담임교사에게 회사 선임 직원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고 말다툼을 벌였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담임교사 박모씨는 경찰에 "박군이 전화를 걸어와 '일 때문에 심하게 꾸지람을 들었다. 같이 일하는 형이 왜 일을 설렁설렁 하냐며 욕설을 해 언쟁을 벌였다'고 말했다"며 "또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온 다른 직원과 자신을 비교했다고도 말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해당 선임 직원은 "업무적으로 가르쳐준 사실은 있어도 심하게 욕설한 건 없다"며 "동생 같아서 친절하게 해줬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군이 진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면 정확한 투신 동기를 조사할 것"이라며 "회사 측에서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 사법처리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군이 투신한 다음날인 17일에는 인천에서 또 다른 고교 실습생 박모(18)군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군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인천 식품업체 D사에서 고기 자르는 기계에 걸린 고기를 빼내려다 왼손 손가락이 절단돼 수지접합 전문 병원에서 밤 10시까지 8시간에 걸친 봉합 수술을 받았다.

박군은 본인 전공에 맞춰 전기 관련 업체로 실습을 나갔다가 적응을 하지 못해 재교육을 받은 뒤 조리 관련 업체로 다시 실습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D사 측은 "안전장치까지 다 돼 있었는데 학생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G고교 교감은 "정규직원하고 실습생이 2인 1조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안정장치는 되어 있었는데도 사고가 났다"며 "다행히 봉합 수술이 잘 됐고 일주일 동안 집중치료를 해서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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